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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총격 의혹 北박정천, 김정은은 원수로 승진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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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노동당 최고 정책 결정기구인 정치국 회의(7기 19차)를 열어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을 인민군 ‘원수’로 진급시켰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6일 전했다. 원수는 북한군 내 최고 계급이다.

5일 이병철, 박정천 등에 원수계급 달아줘 #미사일 개발 주역, 야전군 책임자 챙기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18차 정치국 회의에서 비상방역 체계 강화를 발표한 북한은 6일 만에 다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군 수뇌부 진급 인사다. 북한은 역대로 원수 계급장을 오진우ㆍ최광ㆍ이을설 등 김일성 곁을 지켰던 ‘전설적’ 인물들에만 부여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6년 아버지 김정일의 군사 참모였던 김영춘, 현철해에게 원수 계급장을 달아줬지만, 이들은 현재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병철과 박정천이 김정은 시대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두 사람의 인사가 눈길을 끄는 건 최근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데다, 진급 시기가 미묘한 시점이어서다. 이병철은 김정은 시대 들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지난해 선보인 신형 중·단거리 전술 미사일 개발과정의 주역으로 꼽힌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2016년 8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성공한 직후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병철과 맞담배를 피는 사진을 내보냈다”며 “김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군내 최고 계급인 원수에 오른 이병철(왼쪽)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연합뉴스]

지난 5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군내 최고 계급인 원수에 오른 이병철(왼쪽)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연합뉴스]

이후 이병철은 지난 5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고, 정치국 회의 등에서 김 위원장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며 권력 서열 3위권에 진입했다.

이번 인사가 미국을 향한 일종의 ‘시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열병식에서 신종 미사일 장비 공개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책임자에 대해 최고 대우를 하고 나선 데는 복선이 깔렸다는 얘기다.

박정천을 지난해 4월 대장과 지난 5월 차수로 각각 진급시킨 뒤 이번에 다시 원수로 올린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현대전쟁은 포병전”이라고 강조하며 포병 출신인 그를 중용해왔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야전군 최고 지휘관으로, 지난달 22일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사건 당시 “상부의 지시”에 의해 총격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남북 공동조사와 군 통신선 복구를 북한에 요구했으나 북한은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사과의 뜻을 전했다지만, 시점만 놓고 보면 사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을 문책하는 대신 진급시켰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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