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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0원 ‘강남 변호사’ 290㎡ 집 책꽂이서 돈뭉치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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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긴 한 변호사의 거주지를 수색해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압류했다고 5일 밝혔다. 그의 서재 책꽂이에는 현금 360만원, 금고엔 일본 골프회원권과 순금, 명품 시계·가방 등이 있었다. [사진 국세청]

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긴 한 변호사의 거주지를 수색해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압류했다고 5일 밝혔다. 그의 서재 책꽂이에는 현금 360만원, 금고엔 일본 골프회원권과 순금, 명품 시계·가방 등이 있었다. [사진 국세청]

#서울 강남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A씨는 사건을 맡아 번 돈을 숨기고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A씨의 주소지를 찾아갔지만 그곳에 A씨는 없었다. 실제 거주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290㎡짜리(약 88평)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금고 안에선 일본 골프회원권과 순금, 명품 시계·핸드백 등 2억원어치의 금품이 발견됐다. 서재 책꽂이 뒤에선 현금 360만원도 나왔다.

국세청, 고액체납 812명 추적조사 #세금 안내고 폐업한 의류 사업자 #같은 곳서 처남명의 다시 사업도

#의류 제조업을 하는 B씨는 세금을 내지 않다가 갑자기 사업을 접었다. 얼마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사업을 했다. 사업자 명의는 B씨의 처남이었다. 국세청은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해 사업자금의 출처를 확인했다. 유병철 국세청 징세과장은 “B씨와 처남을 모두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긴 고액 상습 체납자 812명을 추적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처음으로 빅데이터 분석 방식을 썼다. 과거에는 체납자의 금융거래나 외환거래, 소득·지출내역 분석 등을 국세청 직원이 수작업으로 했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했더니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체납자의 거주지 확인에도 빅데이터를 썼다.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체납자 28명을 조사했더니 24명의 실제 거주지가 빅데이터가 추정한 장소와 같았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국세청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한 금액은 1조505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1916억원) 증가했다. 국세청은 개정된 국세징수법에 따라 내년부터 고액 상습 체납자는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가둘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생활고를 겪는 생계형 체납자는 예외로 한다. 직전 3년 평균 수입이 15억원 미만이거나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합계 체납액이 5000만원 이하인 경우다. 체납자를 신고해 밀린 세금을 걷는 데 기여한 사람에겐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이번 조사로 얻은 체납자 관련 정보는 다시 기계학습(머신러닝)에 필요한 데이터로 활용해 빅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 분석보다 더 정확한 게 시민의 자발적 신고”라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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