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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청약날 8조 몰렸다…85세 할머니 "따상 노려" 1억 올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용돈이라도 벌려고 왔지. 이 늙은이가 어디 가서 땅을 파면 단돈 백원이라도 나오겠어요."

카카오게임즈 절반 수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첫날인 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만난 김지순(85)씨는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노후자금 1억800만원을 뺀 뒤 1600주를 청약했다. 지난달 카카오게임즈 청약 땐 6주를 배정받아 50만원 가까운 수익을 봤다. 그는 "경쟁률이 높으면 1~2주밖에 못 받을 것"이라며 "방탄소년단(BTS)도, 빅히트도 처음 듣지만 그래도 유명하니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빅히트 공모주 청약 첫날인 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

빅히트 공모주 청약 첫날인 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

SK바이오팜보다는 증거금 많아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빅히트 일반청약 첫날 8조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통합 경쟁률은 89.6대 1이었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142만6000주(공모 주식의 20%) 가운데 1억2776만6590주의 청약 신청이 들어왔고, 증거금은 8조6242억원이 몰렸다. 첫날 기준으로 SK바이오팜의 경쟁률(61.9대 1)과 증거금(5조9412억원)을 넘어섰지만 카카오게임즈(427대 1, 16조4000억원)보다는 덜한 수치다.

실제 이날 청약을 주관하는 증권사 영업지점은 비교적 한산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당시처럼 방문객의 긴 대기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점심시간 때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안에는 8~10명 정도 있었고, NH투자증권 마포지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미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청약 당시 계좌 개설을 한 경우가 많아 지점 방문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방문객 중에선 고령층이 많았다. NH투자증권 마포지점에서 만난 윤모(75)씨는 "인터넷이나 전화로 청약하기 어렵고 복잡해서 직원 도움을 받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청약을 포기한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이모(37)씨는 "이번엔 먹을 게 별로 없어 보인다"며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는 청약했지만, 빅히트는 공모가격이 비싸고 상장 후 주가 상승률도 높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상무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때는 '무조건 청약하자'는 분위기였고, 이번엔 '이거 될까?'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대단한 거야?'라는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며 "그래도 총 청약 경쟁률은 500대 1까지는 갈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억원 넣으면 몇 주 받을까

그럼에도 증권가는 빅히트가 지난달 카카오게임즈가 세운 증거금 기록(58조5542억원)을 깰지 주목한다. 통상 공모주 청약은 첫날 '눈치작전'을 펼치다 마지막 날 마감 시간을 앞두고 몰린다. 청약은 6일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시중 유동성도 풍부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는 63조1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자 예탁금도 55조원에 달한다.

청약하더라도 상장 첫날 쥐게 되는 수익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돈이 많을수록 배정받는 주식이 많아지는 구조여서다. 게다가 청약 경쟁률에 비례해 배분된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당시 1억원을 넣으면 각각 평균 13주, 5주를 받았다. 빅히트 공모가가 13만5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SK바이오팜과 같은 경쟁률(323대 1)을 기록할 경우 증거금으로 2200만원을 넣어야 1주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넣으면 고작 4주를 받는 데 그친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빅히트 주가는 상장 첫날 최고 35만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이른바 '따상'에 성공했을 때 가격이다. 이 경우 1억원으로 4주를 받고 하루 만에 86만원가량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앞으로 고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앞으로 고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여전한 고평가 논란

한편 일각에선 빅히트에 대한 '거품'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4조8000억원인데, 증시에 상장한 엔터사 세 곳(JYP·YG·SM엔터테인먼트)의 시총을 모두 합친 액수(약 3조2000억원)보다 많다. 희망 공모가 산출 때 비교 대상 기업에 JYP·YG뿐 아니라 올들어 주가가 급등한 네이버·카카오·YG플러스(YG 자회사)를 포함한 점도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SM은 비교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여기다 빅히트 매출의 80% 이상이 BTS에서 나오고, BTS 멤버들이 입대를 앞둔 점도 부담 요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43.9%에 불과해 상장 초기에 매물이 많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기관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각각 81.2%, 58.6%였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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