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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3만원…스위스 제네바, '세계 최고' 최저임금

중앙일보

입력

스위스 제네바주(州)가 시간당 약 3만원의 최저임금을 도입한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으론 세계 최고액으로, 법정 주당 근로시간(40~41시간) 기준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500만원에 이른다.

스위스 제네바, 최저시급 23프랑 도입 #세 번째 시도 끝 코로나 사태로 통과

지난 8월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람들이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열리는 자전거 타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8월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람들이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열리는 자전거 타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간당 23스위스프랑(약 2만 9150원)의 최저임금제가 지난달 27일 주민투표에서 58%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제네바주에서 활동하는 마우로포그지아 변호사는 CNN에 “이번 최저임금제도는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되며, 현재 노동자의 약 6%가 최저임금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최저임금제도를 주도한 노동조합 연합은 “빈곤과 싸우고, 사회 통합에 찬성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네바 노동조합 산하 단체도 “역사적인 승리”라며 “3만 명의 노동자가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그중 3분의 2는 여성 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네바 살림을 주도하는 제네바 주의회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최저임금”이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스위스에는 국가 단위의 최저임금법이 없기 때문에 26개 주가 최저임금 도입 여부를 주민투표로 각자 결정한다. 이번 주민투표로 제네바주는 스위스 쥐라·뇌샤텔·티치노주에 이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네 번째 주가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쥐라주와 뇌샤텔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스위스 프랑(약 2만 5350원)이다.

◇"코로나19 영향 커"

제네바주에선 이미 지난 2011년과 2014년 시간당 22스위스프랑 최저임금제 도입이 주민투표에 올랐지만 모두 부결됐다. 세 번째시도 만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최저임금제도가 통과된 것이다. 특히 직전 투표인 2014년에는 제네바 유권자의 76%가 이 법안에 반대했다.

외신들은 최저임금에 부정적이었던 제네바 주민들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있다고 분석한다. 스위스 딜로이트 수석 경제학자인 마이클 그램프는 CNN과 인터뷰에서 “스위스에서 시행된 봉쇄조치로 제네바의 광범위한 서비스업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많은 악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 스위스의 더 많은 주가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의 제네바 공항.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시행되면서 공항이 텅 비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의 제네바 공항.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시행되면서 공항이 텅 비었다. [EPA=연합뉴스]

가디언은 “관광객과 비즈니스 목적 방문객에 의존하고 있는 스위스의 많은 도시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무료 식량 배급소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대기 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급 환산하면 500만 원

제네바는 이번 최저시급 도입으로 주당 40시간씩 일했을 때 4000여 스위스프랑(약 507만 원)을 월급으로 보장받게 된다. 한국 최저시급인 8590원의 3.5배 수준이다. 유럽으로 따져도 25세 이상 노동자에게 시간당 8.72파운드(약 1만 3100원)를 보장하는 영국과 최저시급이 10.15 유로(약 1만 3850원)인 프랑스의 2배 이상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 본부. 이밖에도 제네바에는 세계무역기구, 국제노동기구, 각종 유엔 산하 기관 등 여러 국제기구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 본부. 이밖에도 제네바에는 세계무역기구, 국제노동기구, 각종 유엔 산하 기관 등 여러 국제기구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제네바 물가 수준도 만만치 않다. 제네바는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순위에서 10번째에 꼽혔다. 또 글로벌 물가조사 사이트인 액스패티스탄닷컴에 따르면 제네바는 영국령에 속하는 버뮤다의 해밀턴에 이어 두 번째로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다.

스위스 연방통계국은 2018년 기준 적절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 수입을 1인 가구는 월 2293스위스프랑(약 290만 6000원), 4인 가구는 3968 스위스프랑(502만 9000원)으로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2018년 기준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8만 2839달러로 한국 (3만 3346달러)의 두배 이상이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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