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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태 해병대 배치 전면 재검토…한ㆍ미 연합작전 영향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미국 해병대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미 해병대는 유사시 한국에 보내지는 미군 증원전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한ㆍ미 연합 작전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미국 해병대가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MV-22 오스프리에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미 해병대]

미국 해병대가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MV-22 오스프리에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미 해병대]

5일 미 해병대에 따르면 데이브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연례 해병 포럼에서 “해병대를 위해 아ㆍ태 지역의 준비태세를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거 사령관은 “수만 명의 해병대가 미 본토 캘리포니아에서부터 하와이, 일본, 그리고 ‘화살처럼 뾰족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수십 년간 이어진 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훌륭하지 않은 준비태세”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현재와 같은 미 해병대의 배치는 앞으로 중국을 상대로 하는 분쟁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버거 사령관은 “병력을 넓게 분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 몰려있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과의 초경쟁과 무력 충돌에서 부적합하다는 미 육군의 보고서와 맥을 같이 한다.

미국 해병대원이 지난 1일 괌에 새로 만든 캠프 블레이즈에서 성조기를 올리고 있다. 캠프 블레이즈는 1952년 이후 미 해병대가 처음 신설한 기지다. [미 해병대]

미국 해병대원이 지난 1일 괌에 새로 만든 캠프 블레이즈에서 성조기를 올리고 있다. 캠프 블레이즈는 1952년 이후 미 해병대가 처음 신설한 기지다. [미 해병대]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인 밀리터리닷컴은 미국이 앞으로 한국ㆍ일본과 같은 동북아시아에서 팔라우ㆍ인도네시아ㆍ파푸아뉴기니와 같은 태평양으로 초점을 옮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2의 6ㆍ25 전쟁과 같은 전면전보다는 남중국해 일대에서 미ㆍ중간 제한적 무력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미 해병대는 현재 중국과의 미래전을 착착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일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 옆에 캠프 블래즈라는 새로운 해병기지를 연 것이다. 1952년 이후 미 해병대의 첫 신설 기지라고 한다.

앞으로 5년간 오키나와에서 빠져나오는 제3 해병원정군 5000명이 이 기지로 옮겨진다. 제3 해병원정군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72시간 안에 출동하는 미군 증원전력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오키나와까지 거리는 1280㎞ 정도다. 오키나와에서 2200㎞를 더 가야 괌이 나온다. 그만큼 한반도 출동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표규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 교수는 “괌은 오키나와~남중국해~하와이를 잇는 삼각형의 중심”이라며 “앞으로 미 해병대는 괌을 아시아ㆍ태평양의 핵심으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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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는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다툴 때 탱크가 필요 없다는 이유로 기갑부대를 해체하고 있다. 해병대의 전력을 남중국해에서 중국군이 군사 기지로 만든 작은 섬을 뺏는 작전 위주로 개편하고 있다.

미 해병대가 작고 가벼운 부대로 탈바꿈한다면 전시 한국 해병대와 손잡고 북한 후방에 대규모 상륙 작전을 펴기가 어려워진다. 이표규 교수는 “미 해병대의 변화에 맞춰 한국 해병대도 연합작전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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