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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맞설 해상풍력 공략법…중동 누볐던 두 회장님 손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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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5월 대만으로 수출하는 삼강엠앤티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진 삼강엠앤티

지난 5월 대만으로 수출하는 삼강엠앤티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진 삼강엠앤티

씨에스윈드가 제작한 해상풍력용 타워가 선적되고 있다. 사진 씨에스윈드

씨에스윈드가 제작한 해상풍력용 타워가 선적되고 있다. 사진 씨에스윈드

중견기업 씨에스윈드와 삼강엠앤티는 국내 해상풍력 강자다. 아직 대기업이 발을 담그지 않은 시점에서 글로벌을 무대로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해상풍력 발전기 상단부인 '타워' 제작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900억원이었는데,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강관 제조와 조선업으로 시작한 삼강엠앤티는 지난해 글로벌 업체인 JDN로부터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인 '자켓'을 수주한 후 이 분야에서 급부상했다. 지난 5월 첫 수출 후 연이은 수주로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1% 증가한 약 5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씨에스윈드와 삼강엠앤티는 바다 위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데 필요한 타워와 자켓을 제조한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그래서 지난달 18일 양사가 손을 맞잡았다. 베스타스·오스테드 등 글로벌 업체의 하청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직접 수주에 뛰어들자며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업무협약(MOU)보다 낮은 단계의 제휴 수순이지만, 각각 타워·자켓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두 회사는 닮은 점이 많다. 특히 창업자의 경력이 비슷하다. 한살 차이인 김성권(66) 씨에스윈드 회장과 송무석(65) 삼강엠엔티 회장은 1980년대 중동 근로자로 일했다. 20~30대 시절 중동 모래바람 속에서 배운 영업력을 토대로 철구조물 제조업을 시작한 후 누구도 뛰어들지 않은 해상풍력 시장을 개척했다. 사업분야와 중동 경력이 비슷해 서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지난달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직접 만나게 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 이달 중 김 회장이 경남 고성의 삼강엠앤티 조선소를 방문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중동에서 잔뼈 굵어, 저돌적 CEO 

중동에서 잔뼈가 굵은 두 창업자는 저돌적인 CEO로 정평이 나 있다.
"씨에스윈드는 국내에 공장이 없다. 시장에 있는 곳을 찾아간다는 창업자의 의지에 따라 7개 공장이 모두 해외에 있다. 중견 기업으로선 쉽지 않은 일인데, 김성권 회장은 그만큼 성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은 3년 전 STX 고성조선소를 인수했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주변에선 무리한 투자라고 만류했지만, 결국 그 조선소 야드(작업장)를 확보한 게 해상풍력 자켓을 수주하고 턴어라운드한 계기가 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의 말이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사진 씨에스윈드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사진 씨에스윈드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은 20대 시절 아프리카와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누볐다. 그리고 1984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아담 이스트(Adam IEST)'라는 회사를 세웠다. 당시 사우디에선 외국인 이름으로 기업활동을 할 수 없어 명의를 빌려 창업했다. 극동건설과 외국 기업 근무 시절에 다뤘던 건축용 철물자재를 수주해 납품하는 일이었다. 처음엔 수주는커녕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지만, 간난고초 끝에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건설현장에 40만 달러 규모 납품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사업을 키웠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 김영주 기자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 김영주 기자

경남상고를 졸업한 송무석 삼강엠엔티 회장은 카투사에서 익힌 영어 덕분에 1979년 대우에 입사해 이듬해 중동으로 갔다. 송 회장은 "대우가 리비아 벵가지에서 의과대학을 짓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구매를 담당했다. 자재 구매를 위해 유럽을 돌아다닌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부족한 영어였지만, 당시 중동·유럽 등을 누빈 경험이 지금 외국 바이어와 격의 없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 CEO의 창업자금이 5억원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김성권 회장은 중동에서 일할 때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이 돈을 꼬박꼬박 모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창업 자금으로 썼다. 사우디에서 번 돈은 꼬박꼬박 국내로 송금했다. 김 회장은 '씨에스윈드 30년' 사사를 통해 "(사우디에서) 5년여간 그렇게 하고 나니 꽤 돈이 모였다. 이 무렵 내 나라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싶다는 바람이 일었다."고 밝혔다. 10여년 가까운 사우디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김 회장은 1989년 중산정공이라는 새로운 사업체를 열었다. 지금 씨에스윈드의 전신이다.

송 회장은 무역업을 하는 형의 사업체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했지만, 44세의 나이였던 1999년 창업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후육강관(두꺼운 파이프)을 국산화하겠다고 당시 전 재산인 5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기업인 오사카특수강을 찾아가 어깨너머로 보고 기계를 설계해 공장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렀다.

"중국과 인건비 싸움 안 돼, 기술 갖춰야"

해상풍력 시장 규모. 사진 GWEC

해상풍력 시장 규모. 사진 GWEC

해상풍력은 전 세계 각국이 배출가스 저감 노력과 신재생 에너지 산업 등에 뛰어들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3년간 대만·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건설될 해상풍력에 들어갈 구조물 시장 규모가 22조~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도 지난 7월 '그린뉴딜' 발표에서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해상 풍력발전 시장은 올해 6.6GW(기가 와트)에서 2024년까지 해마다 18.6%씩 성장해 2025년엔 20GW, 2030년에는 3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워·자켓은 부가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파트다. 고부가가치인 터빈 제작을 포함한 해상풍력 토털 시스템은 지멘스·GE·베스타스 등 글로벌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또 타워·자켓 제작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 결국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력을 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해상풍력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학과 교수는 "단순 용접을 통한 철구조물 제작만으로는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다. 부품 제작과 토털 설비를 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앞으로 해상풍력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통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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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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