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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 세상 하나 밖에 없는 SNS 기반 종이 가족 신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39)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아날로그 감성과 추억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 시니어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은 첨단이지만 형태는 시니어에 익숙했던 복고풍, 즉 아날로그 감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핫템이 될 것이다. 오늘은 2006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처음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디지로그(Digilog)’ 형태의 시니어 비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로그 시니어 비즈는 아날로그를 뒤처진 스타일로 인식하기보다는 인간적인 감성을 통해 과거의 향수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디지로그 시니어 비즈는 시니어가 디지털에서 경험하는 ‘낯섦’을 극복할 수 있는 ICT 기반 시니어 비즈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종이로 만든 소셜 미디어, 프랑스의 페밀리오

각 세대의 장점을 활용해 세대 간 의사소통을 비즈니스모델로 만든 페밀리오. [자료 페밀리오 홈페이지]

각 세대의 장점을 활용해 세대 간 의사소통을 비즈니스모델로 만든 페밀리오. [자료 페밀리오 홈페이지]

소셜 미디어(SNS)가 꼭 디지털 형태로 제공될 필요가 있을까? 2013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페밀리오(Famileo)는 디지털 기반 소통에 힘들어하는 시니어와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특징을 겨냥한 혁신기업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가족끼리 떨어져 생활한다고 해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활이나 활동,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구성원으로서 시니어는 디지털 기반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가족의 소식을 접하기가 어렵다. 또한 디지털 기반 소셜 미디어 정보에 익숙하더라도 오히려 직접 만져보고 읽을 수 있는 종이 형태의 가족 소식지를 원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페밀리오는 각 세대의 장점을 활용해 세대 간 의사소통을 비즈니스모델로 만들었다. 자녀, 손자녀는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를 통해 부모·조부모와 나누고 싶은 자신의 일상이나 특별한 일을 사진과 함께 이야기로 기록하고 편집할 수 있게 했다. 대신 시니어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디지털 기기에 남긴 내용을 아날로그 형태의 종이신문으로 받아 볼 수 있게 했다. 즉 소셜 미디어 내용을 종이로 만드는 디지로그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이 종이신문은 가족 구성원들이 만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식지로,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해 시니어의 사회적 고립감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자녀, 손자녀는 스마트폰으로 페밀리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할머니에게 전할 소식을 사진과 함께 올리면 정기적으로 종이신문 형태로 발행되어 할머니에게 제공된다. [자료 페밀리오홈페이지]

자녀, 손자녀는 스마트폰으로 페밀리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할머니에게 전할 소식을 사진과 함께 올리면 정기적으로 종이신문 형태로 발행되어 할머니에게 제공된다. [자료 페밀리오홈페이지]

종이신문형 소셜 미디어는 정기적으로 제공되며, 출판 빈도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매주 발간하는 경우는 매월 17.90유로(2만5000원), 격주는 매월 9.90유로(1만 4000원), 한달에 한 번인 경우는 매월 5.90유로(8000원)의 가격으로 가입하면 된다. 1명의 시니어에 발간되는 신문에는 최대 30개의 메시지가 올라갈 수 있으며, 유럽 내 모든 국가에 거주하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패밀리오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셜 미디어 종이신문 이외에도 실버타운이나 요양원 등에 거주하는 고령층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신문 발행도 병행하면서 사업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TV 기반 디지털기기, 시로나티브이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시로나티브이는 기존 TV기기를 활용해 시니어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화상통화, 전화, 게임, 영화 및 강의 시청, 날씨정보 등)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료 시로나티브이 홈페이지]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시로나티브이는 기존 TV기기를 활용해 시니어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화상통화, 전화, 게임, 영화 및 강의 시청, 날씨정보 등)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료 시로나티브이 홈페이지]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도 TV에 더 익숙한 세대다. 또한 몸이 불편하여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리모컨을 활용한 TV는 후기 고령층이 젊었을 때부터 사용해온 전자제품으로 누구보다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세이프티랩스(Safety labs)는 TV 사용에는 거부감이 없고,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7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해 TV 기반 ‘시로나티브이’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시로나티브이를 사용하면 시니어는 기존 TV기기를 활용해 건강정보 및 운동 관련 강의, 날씨 정보 등을 볼 수 있고, 가족 및 친구들과 화상 및 음성통화도 할 수 있다. 친구나 가족들이 보낸 메시지도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격진료 기능도 있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시로나티브이에서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인터넷 또는 LTE와 연결한 후 HDMI(High 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 케이블을 활용해 TV와 연결만 하면 된다. 셋톱박스는 1개의 화상 통화용 카메라와 6개의 마이크, 그리고 1개의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 시니어는 리모컨으로 TV를 켜기만 하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TV로 구현할 수 있다. 자녀나 돌봄 제공자가 고령층을 위해 사전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연락처를 저장, 변경,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자녀들이 디지털기기로 고령층의 약속 시각이나 약 복용 시간을 첨부하면 부모가 TV를 시청하는 도중 관련 메모를 TV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셋톱박스를 원격의료기기 제품과 연결해 고령층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하였다. 시로나 티브이 기본형의 경우 2020년 9월 현재 셋톱박스 가격은 149달러(약 17만원)이며 매달 콘텐츠와 무제한 전화통화 사용료는 월 14.95달러(약 1만7000원)이다.

오늘 소개된 시니어 비즈는 세대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고령층의 편의성을 증대하는 제품을 개발한 기업들이다.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고령층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아날로그 제품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 19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고령층에 아날로그형 추억과 감성에 디지털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디지로그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면 고령층의 기술 수용성을 높이면서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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