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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주무세요? 넘어진 적 없나요? 부모님 전화 건강체크 7가지

중앙일보

입력

사상 초유의 언택트 추석 아침이다. 정부가 '불효자는 옵니다'라고 외치니 오늘만은 전화로 대신해야 한다. 화상 전화 통화를 할 때 부모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걱정할까 봐 말을 잘 안 한다. 증상이 있어도 ‘나이를 먹어 그러려니’ 라고 여긴다. 전화상이라도 7가지 질문은 꼭 하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의 도움을 받아 7가지 질문을 정리한다.

서울아산병원장일영 교수의 부모님 건강 체크포인트 7

노인이 식사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노인이 식사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Q1. 삼시세끼 잘 드시나요

너무 당연한 질문 같지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식사는 영양관리의 기초다. 삼시 세끼는 부모님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장보기를 꺼려서 밑반찬만 먹는 게 아닌지 확인해보자. 예전보다 식사량이 줄어 있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면 소화능력이 약해져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치아 건강도 안 좋아진다. 약한 치아 때문에 고기나 단백질을 꺼리는데, 흡수율까지 낮으니 단백질 결핍이 쉽게 온다.

 식사의 양이나 질이 좋지 않다면, 이유를 꼭 물어보자. 입맛이 없는지, 씹거나 삼키는 게 어려운지, 혹은 소화가 안 되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약 때문에 입맛이 없는 경우가 자주 있으니 최근 처방받은 약을 살펴본다. 어르신은 변비가 매우 흔한데 말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변비는 소화불량과 식욕저하로 이어지므로 놓치지 말고 확인하자.

치매 예방용 그림 맞추기 장면. 게티이미지

치매 예방용 그림 맞추기 장면. 게티이미지

Q2.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게 많아졌나요

어르신은 치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잘 안 한다. 부끄러워한다. 기억력이 떨어져도 자존심이나 주변 시선 때문에 이야기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치매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다음으로는 조기진단이다. 초기 단계에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노화에 따른 건망증과 달리 치매는 기억력 장애 외에도 공간 지각력, 계산 능력, 판단 능력 등이 점차 떨어진다.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생겨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이 경우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일찍이 좋은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이 있다면 잘 치료하자.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비만을 경계한다. 두뇌활동과 신체운동을 꾸준히 한다. 매일 30분씩 걷기만 해도 치매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노인이 집 거실에 넘어져 있다. 게티이미지

노인이 집 거실에 넘어져 있다. 게티이미지

Q3. 최근 넘어진 적 있나요

노인은 낙상으로 인해 골절되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감소, 간병과 의료비용과 같은 경제적인 부담이 뒤따라온다. 회복해도 또 넘어질까봐 외출이나 운동을 잘 안 한다. 정신적으로 불안이나 우울증이 나타나 궁극적으로 노인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낙상으로 대퇴골 근위부가 골절되면 대부분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회복에 6∼12개월 걸린다. 골절 부위 통증으로 인해 누워만 있게 되어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 위축 등 전신 합병증이 온다.

낙상의 내적 요인으로는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부모님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약이나 신경안정제, 겨울철 흔히 사용하는 감기약은 어지럼증을 야기한다. 평소 균형감각을 높이고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 근력을 키워야 한다. 집안에 발에 걸리기 쉬운 전기 플러그나 기타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집안 조명은 너무 어둡지 않게 항상 적당한 밝기를 유지한다.

노인이 약 먹는 장면. 게티이미지

노인이 약 먹는 장면. 게티이미지

Q4. 평소 약은 잘 드시나요

부모님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을 꺼릴 수 있다. 약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자.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은 매일 복용해야 한다. 또한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앓으면 여러 가지 약을 먹는다. 약이 몇 가지인지, 제시간에 잘 복용하는지, 중복으로 복용하지 않는지를 확인한다. 평소보다 약을 많이 먹거나 덜 먹지 않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복용지침을 정확히 확인해 약봉지에 날짜를 적어놓거나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자. 여러 건강보조식품을 선물할 수 있는데, 너무 많은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해 섞이지 않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술과 담배.게이티미지

술과 담배.게이티미지

Q5. 술이나 담배는 얼마나 자주 하나요

노인은 "평생 피운 담배인데 지금 와서 금연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금연을 포기한다. 하지만 담배는 혈액순환을 막는 주요 원인이다. 자주 손발이 저리거나 오래 걸을 때 다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금연을 권고하자.

금주도 중요하다. 음주가 간 기능을 저하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님께서 복용하는 약은 모두 간에서 대사와 해독이 이뤄진다. 술을 먹으면 혈압약이나 당뇨약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약효가 좋다는 약도 음주 시 복용하면 효능이 너무 과하게 나올 수도 있고,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3일 정도만 술을 끊어도 약효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려보자. 금주하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Q6. 슬프거나 우울한 적 없나요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외부 활동을 하기 힘들다 보니 ‘코로나 블루’ 증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자. 노인은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슬프면 모든 기능이 다 떨어진다. 정신건강은 노인의 모든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노인성 우울증이라 한다. 불면증이나 통증, 소화불량을 호소하면, 노인성 우울증이 오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인지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신문이나 TV를 봐도 재미가 없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세상일에 관심이 없어진다. 집중력과 판단력도 떨어질 수 있다.

보름 이상 우울하다고 하면 반드시 진료받아야 한다.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효과도 좋고 합병증도 막고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 일상에서 건강한 신체리듬을 유지하는 게 좋다. 충분히 자고 밝은 햇볕을 꾄다. 가족 대처도 중요하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주고 섣부른 충고는 삼간다. 멀리서라도 자주 통화해 부모님의 기분 상태를 파악해 둔다. 노인성 우울증은 잘 호전되는 병이다. 가장 곁에 있는 가족의 역할에 호전 속도가 좌우될 수 있다.

Q7. 평소 잘 주무세요

“잘 주무십니까” “잘 주무시면 피로가 조금 풀리세요” 이 두 질문이 부모님 건강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질 낮은 수면은 몸에 다른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새벽이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함을 느낀다면 수면 질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어르신들은 일찍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면 새벽에 잠이 깬다. 지나치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이러한 불편을 호소한다면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조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밤에 할 일이 없어 일찍 자는 경우가 많지만, 이로 인해 일찍 깰 수밖에 없다. 자는 시간을 뒤로 조금만 늦춘다고 생각하면 새벽잠이 없어지는 걸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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