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유형 따라 에이즈 치료효과 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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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유전자 유형에 따라 에이즈의 치료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로잔 대학병원 아말리오 텔런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MDR1이라는 인체 유전자의 차이점에 따라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환자들의 약물 반응 능력이 매우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 최신호(1월5일자) 에 발표했다.

MDR1는 인체의 핵심 대사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P-글리코프로테인의 생산을 통제하는 유전자이며, 이 단백질은 인체 각 부위에 약물 분자를 전달하는 일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의 여러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P-글리코프로테인은 약물이 내장, 뇌, 신경계, 자궁 등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장애물로 지적됐었다.

텔런티 박사팀의 연구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MDR1 유전의 유형에 따라 에이즈 환자의 약물치료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환자는 123명으로 대부분 백인이었다. 환자들의 공통점은 HIV 가운데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변종인 HIV-1에 감염, 이 바이러스의 혈액 내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치료를 받는다는 것.

연구진은 특히 이들 환자의 MDR1 유전자에 나타나는 변종의 유형을 TT와 CT, CC로 구분한 뒤 그 발현양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통상 처방되는 항HIV약물인 에파비렌즈와 넬피나비르의 혈액내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TT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의 경우 다른 환자에 비해 면역체계 회복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치료 시작 6개월 뒤 이들은 CC변종을 지닌 환자들에 비해 CD4 백색세포가 2배 이상 많았다.

텔런티 박사는 이같은 사실은 P-글리코프로테인이 HIV에 감염된 인체의 면역방어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전자형이 각기 다른 감염자별로 치료를 달리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환자의 25%는 TT변종, 50%는 CT변종, 25%는 CC변종을 보유했다.

그런데 아프리카계 흑인의 경우 CC변종 보유자가 67-83%였으며, TT변종 소유자는 드물었다.(파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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