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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포서 SLBM 시험 징후…노동자들 국적 속여 외화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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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패널 "北 핵탄두 소형화 완료…관통형·다탄두 개발 가능성"

북한 신포 조선소에서 신포급 실험용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잠수함 가림막 인근에서 북극성 1호나 북극성 3호 SLBM 미사일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크기의 컨테이너(길이 16~17m, 너비 2.5m)가 포착됐다.[유엔 대북제재 패널 보고서]

북한 신포 조선소에서 신포급 실험용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잠수함 가림막 인근에서 북극성 1호나 북극성 3호 SLBM 미사일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크기의 컨테이너(길이 16~17m, 너비 2.5m)가 포착됐다.[유엔 대북제재 패널 보고서]

북한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도 핵무기 고도화와 탄도 미사일 성능 개량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28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담겼다.

28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패널보고서 발간 #"3월 미사일 시험, 발사 시간 20분→5분 단축" #ICBM 지원시설 평양 인근 신리 시설도 상세히 #코로나 셧다운했는데 방역복은 '미제' 3M·듀퐁

보고서에 따르면 몇몇 국가들은 북한이 이미 지난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탄도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소형화 된 핵무기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회원국은 “관통 지원 기술 및 다탄두 시스템을 포함한 성능 개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장착 가능한 상태로 작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핵무기 대량 생산도 가능해질 수 있다.

대북제재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주재한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겠다”고 한 부분에 주목했다.

올해 6월 14일 위성사진에 포착된 영변의 재처리 공장과 연료 제조 시설·우라늄 농축 작업장. [패널보고서 캡처]

올해 6월 14일 위성사진에 포착된 영변의 재처리 공장과 연료 제조 시설·우라늄 농축 작업장. [패널보고서 캡처]

다만 이번 조사에서 북한의 대표적 핵개발 단지인 영변의 5메가와트(MW) 원자로 가동 징후나 플루토늄 추출에 쓰이는 사용후 연료봉 관련 정보는 포착되지 않았다. 대신 영변에서는 실험용 경수로 원자로를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서는 ‘옐로 케이크(고농축 우라늄의 원료)’ 생산 공장은 여전히 가동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2018년 중반 이후 북한이 플루토늄보다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의 핵무기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북한이 2018년 5월 “선제조치”라며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제설작업과 차량 이동 등 복구 흔적이 나타났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10월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올해 3월 북한은 탄도 미사일의 성능 개량에 집중했다.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린 KN-24 미사일 시험으로, 고체연료 추진체를 이용한 4차례 실험에서 최소 8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측은 이번 실험으로 KN-24의 발사 시간을 지난해 8월 10일 20분에서 올해 3월 21일 5분으로 단축했다.

신포 SLBM 준비 징후…ICBM 위한 '신리 시설'도 완성

올해 5월 21일 위성에 포착된 평양 순안국제공항 인근의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의 모습. 세 개동의 건물에 지하 갱도가 연결돼 있으며, 동·서쪽으로 40m 길이의 위장된 출입구가 보인다. [패널보고서 캡처]

올해 5월 21일 위성에 포착된 평양 순안국제공항 인근의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의 모습. 세 개동의 건물에 지하 갱도가 연결돼 있으며, 동·서쪽으로 40m 길이의 위장된 출입구가 보인다. [패널보고서 캡처]

북한이 신포 조선소에서 SLBM 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장면도 올해 5월 포착됐다.  지난해 10월 SLBM 발사 시험 때와 유사한 컨테이너와 차폐막이 위성사진에 잡혔다. 보고서는 “북극성 1호 또는 3호 미사일을 보관할 수 있는 길이(16~17m)”로 봤다. 동창리 기지를 비롯해 신오리ㆍ영저동ㆍ회정리ㆍ금천리ㆍ삭간몰ㆍ상남리 등 6곳의 미사일 관련 기지에서도 활동 징후가 꾸준히 포착됐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남서쪽으로 2㎞가량 떨어진 곳에 신설된 이른바 ‘신리 탄도미사일 지원시설’ 관련 내용도 추가됐다. 올해 6월 28일자 위성사진에서 240m 길이의 차폐막이 설치된 철로, 이와 연결된 세 개동의 건물이 포착됐다. 이 시설들은 이동식발사대(TEL) 또는 탄도 미사일 조립에 쓰일 수 있는 거대한 지하 갱도(길이 300~750m)와 연결돼 있었다.

순안 국제공항은 이미 2017년 8ㆍ9월 화성-12형 발사시험 때 이미 탄도미사일 시설로 활용된 적이 있었다. 신리 시설이 화성-15형의 추진체나 엔진 등을 조립하는 시설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오는 배경이다.

“北정제유 수입, 상반기에 상한선 초과”

올해 1월 남포항에서 '선박 대 선박' 정제유 불법 환적을 시도하는 모습. [패널보고서 캡처]

올해 1월 남포항에서 '선박 대 선박' 정제유 불법 환적을 시도하는 모습. [패널보고서 캡처]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한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올해 7월까지 43개 회원국이 북한에 흘러 들어간 정제유의 양을 대북제재위에 신고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상 물동량이 줄어든 만큼, 1~5월까지 56건의 불법 납품이 신고돼 지난해(1~3월 동안 56건)보다는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유입된 정제유는 60만에서 최대 160만 배럴로, 실질적인 양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차단을 위해 각국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북한 근로자를 본국으로 송환시켜야 했다. 북한 송출 노동자 가운데는 축구선수들도 포함됐는데, 카타르 알두하일에서 뛰다가 대북제재로 방출된 한광성을 비롯해 최성혁ㆍ박광룡 등도 실명으로 적시됐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ㆍ불가리아 주재 대사관을 통해 숙박시설을 운영하거나, 스미싱 등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북한 IT 노동자들이 제3국인의 이름을 이용해 신분을 숨기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주로 중국ㆍ러시아ㆍ베트남에 파견돼 외화벌이에 나섰다. 10~20명씩 그룹을 지어 활동하는 북한 IT 노동자들은 그룹당 월 10만달러(약 1억1,7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국경 차단했는데…방역복은 미국산?

북한은 올해 1월 말부터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하고 대대적인 방역 작업을 벌였다. 사진 속 북한 당국자가 미국 듀폰사의 타이벡 방역복과 유사한 방역복을 입은 모습. [패널보고서 캡처]

북한은 올해 1월 말부터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하고 대대적인 방역 작업을 벌였다. 사진 속 북한 당국자가 미국 듀폰사의 타이벡 방역복과 유사한 방역복을 입은 모습. [패널보고서 캡처]

북한도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을 입었다. 보고서는 “올해 1월 말부터 하늘길과 국경이 철도 운행이 중단됐으며, 남포항의 선박 운항은 1월 말 중단됐다가 3월 말 재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해외 물자는 꾸준히 유입된 정황도 드러났다. 북한 매체들의 코로나19 방역 활동 보도에서 북한 당국자들이 3M과 듀폰의 방역복을 입고 있는 소독을 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대북제재위에 공통적으로 “해당 방역복이 진품인지 증명할 수 없다”며 “국내법을 위반하거나 제재 대상 국가들에 수출한 적은 없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북한은 제3국을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리무진을 수입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마식령 스키장 리조트 앞에서 김정은ㆍ여정 남매로 추정되는 “매우 중요한 인물들(very important persons)”을 위한 아우디 Q7 모델이 포착됐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마식령 리조트 인근에서 외제차인 아우디 차량이 포착된 모습. [패널보고서 캡처]

지난해 12월 마식령 리조트 인근에서 외제차인 아우디 차량이 포착된 모습. [패널보고서 캡처]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 측 인사들의 북한 물품 반입 문제도 지적됐다. 2018년 11월 방북했던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소속 기업인들이 대북제재 대상인 만수대 창작사의 미술품을 반입한 것과 관련해서다. 한국 정부는 위원회에 “일부 회원들이 국내법 위반으로 기소 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자세한 판결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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