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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전기차 e-208, 탈수록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푸조 전기차 e-208 외관.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전기차 e-208 외관.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전기차 e-208 외관.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전기차 e-208 외관.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가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전기차 e-208을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타봤다. 항공기 운전석에 앉아있는 듯한 실내 인테리어와 탁 트인 시야, 재기발랄한 주행감, 도심 주행에서 가성비 좋은 연비가 인상적이었다. 최근 타본 전기차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타봤습니다]

시트에 처음 앉은 첫인상은 어떤 전기차보다 새로웠다. 최근 출시한 차는 내연 기관차든 전기차든 할 것 없이 '비행기 조종석 같은 운전석을 구현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별 볼 일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e-208이야말로 이 말이 어울렸다.

먼저 아래위가 살짝 잘려 네모난 모양의 '콤팩트 스티어링휠'에 손을 대면 비행기 조종간을 잡은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휠 위에 있는 '3D(차원)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도 눈길을 끈다. ET의 머리처럼 센터페시아에서 툭 튀어나온 클러스터는 주행·에너지 정보를 전달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HUD가 차 앞 유리에 비친 그래픽을 통해 구현한다면, e-208은 운전자 눈높이에 따로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것이다.

한국 디자이너가 참여한 '아이 콕핏'

푸조 전기차 e-208 내부.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전기차 e-208 내부.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전기차 e-208 내부. 사진 한불모터스

항공기를 닮은 인테리어는 푸조 디자인 '아이 콕핏'을 구현한 것이다. 2012년 처음 선보인 아이 콕핏은 계속해서 진화했는데, '3D 아이 콕핏'은 지난해부터 선보였다. 푸조 아이 콕핏은 한국인 디자이너 신용욱 씨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 잡은 8인치 터치스크린과 '토글 스위치(Toggle Switch)'에도 재미와 기능이 담겨 있다. 라디오 주파수를 잡을 때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컨트롤하지만, 에어컨을 켤 때는 터치스크린 아래 토글스위치를 꾹 눌러줘야 한다. 스위치를 한 번 더 누르면 꺼지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푸조는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은 따로 토글스위치에 담았다"고 했다. 프랑스 차 특유의 실용주의가 엿보인다.

라디오 볼륨 조절 스위치는 별도다. 한참 뒤져도 찾지 못해 포기하려는 순간, 7개의 토글스위치 왼쪽에 동그랗게 생긴 아날로그형 버튼을 발견했다. 손수 돌려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복고 감성에 미소가 지어졌다.

카트를 타는 듯한 주행감

시승 차는 e-208 'GT 라인'이었다. 서울 부암동 북악·인왕 스카이웨이와 강북에서 강남, 강남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180㎞를 달렸다. 도심이나 고속도로 할 것 없이 주행감이 좋았다. 특히 '표준' 모드에서 뛰어난 회생 제동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전기차 단점인 울컥거림 없는 주행감을 선사했다. e-208의 운전 모드는 표준·스포츠·절전·제동 모드(B모드) 4가지가 있다. 제동 모드는 회생 제동을 강하게 걸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기능이다.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e-208 GT는 마치 카트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다. 도심의 좁은 생활도로는 물론 북악스카이웨이 곡선 구간에서도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치고 나갔다. 작은 스티어링휠이 주는 기민한 핸들링과 이에 따른 조향이 빠르게 반응했다. 다소 거칠게 몰아붙인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핸들링은 안정적이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토션빔' 방식의 후륜 서스펜션도 작용했다. 보통 토션빔(양쪽 바퀴 축이 하나로 연결된 구조) 서스펜션은 '멀티링크(여러 개의 링크로 지지하는 방식)'보다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오랫동안 토션빔 차량을 출시해온 푸조의 노하우가 e-208에 들어 있었다.

e-208의 짧은 휠베이스도 운전석에서 느끼는 승차감에 영향을 줬다. e-208 휠베이스는 2540㎜로 볼트(2600㎜)·조에(2590㎜)보다 5~6㎝ 짧다. 덕분에 급제동해도 차가 '울컥' 하는 느낌이 덜했고, 코너링 때도 좌우 쏠림 현상이 덜했다.

성인 3명 타긴 좀 힘든 크기 

하지만 짧은 휠베이스는 2열 좌석 승차감에 영향을 미친다. 소형 해치백 e-208은 최근 나온 소형 전기차 중에서도 크기가 작다. 전장 4055㎜, 전폭 1745㎜, 전고 1435㎜로 쉐보레 볼트 EV와 르노 조에보다 더 작다. 아이가 한둘 있는 가정의 '패밀리 카'로선 무난할 듯하지만, 성인 세 명이 탄다면 나머지 한명은 희생이 필요하다.

시승 차에 처음 받을 때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누적 주행거리는 '6395㎞', 주행가능거리는 '170㎞', 배터리 잔존량은 약 75%였다. 이튿날 차를 반납할 때 누적 주행거리는 6575㎞, 배터리 양은 25%가 남았다. e-208의 배터리 용량은 50kWh(킬로와트시)로 배터리 50%를 소모해 180㎞를 탄 셈이니 주행 연비는 약 7㎞/kWh다. 공식 연비(4.4㎞/kWh)보다 50%가량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탈수록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 

실제 주행에서도 운전할수록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내려왔을 때 주행가능 거리는 '180㎞', 이어 올림픽도로를 제한속도(80㎞/h)에 맞춰 정속 주행했을 때 '210㎞'까지 늘어났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때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 제동능력 덕분이다. 또 가속 페달을 떼면 제동력이 발생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는 '원 페달' 운전습관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배터리 잔존량이 늘어난 건 아니다. 일시적으로 주행가능 거리는 높게 표시됐지만, 실제 배터리 잔존량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도로 환경이나 운전 습관에 따라 실시간으로 예측된 주행가능 거리가 늘었을 뿐이다. e-208의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244㎞다. 단, 도심 주행에 비중을 둔 유럽에선 340㎞(WLTP)를 인증받았다. 도심 주행에 맞춤인 전기차인 셈이다. e-208 GT 라인 가격은 4600만원(국고·지자체 보조금 적용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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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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