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모님은 회사 잘린거 몰라" 고향 가고 싶어도 못가는 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포토

중앙포토

#1.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자동차 부품업체에 다니다가 한 달 전 직장을 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이 심해지자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씨는 28일 “회사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한순간에 퇴사를 당하니 앞이 캄캄하다. 부모님 뵐 낯이 없어 아직 말을 못했다”며 “이번 추석 때는 일 때문에 못 내려간다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2. 자영업자 김모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던 김씨는 코로나19로 영업정지를 당해 직격타를 맞았다. 가게를 정리한 김씨는 최근 새벽 5시까지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도 서울에 계시지만 이번 추석 때는 가고 싶어도 못 간다. 그나마 대목 기간이라 먹고 살려면 연휴 때 일해야 한다”며 “말을 안 했는데 부모님도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계신 것 같아 더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7년째 운영하던 국밥 폐업...“용돈 드리기도 벅차”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가 14만명 가까이 줄었다. [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가 14만명 가까이 줄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ㆍ자영업자들이 명절 연휴를 앞두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7년째 운영하던 가게를 닫았다. 이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간 후 손님이 뚝 끊겨 폐업을 신청했다.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실업급여 신청자는 작년 동기 대비 22.2%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89만 7000여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만 3000여명이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자영업자도 줄었다. 8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자영업자는 554만 8000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만 7000명이 줄었다.

취업 시장 얼어붙어 “원서 낼 곳 없다”

지난 6월 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뉴스1

지난 6월 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뉴스1

퇴사하거나 가게를 접은 이들은 당장 밥벌이할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한 박모(30)씨는 “어렵게 들어갔는데 2년 만에 다시 백수 신세다. 취업할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채용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서 원서 낼 곳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용 시장 악화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는 2708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 4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11년 만에 최장 기간 감소세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하고 있는데 돈을 헬리콥터로 뿌리는 식이 아니라 맞춤형 핀셋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하게 되면 폐업이나 실직을 해도 새롭게 갈 곳이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실직한 이들을 상대로 직업훈련 등을 통해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