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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총격 6일 만에 입 연 문 대통령 "김정은 사과는 각별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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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9.28 청와대사진기자단/매일경제 이충우기자

문재인 대통령이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9.28 청와대사진기자단/매일경제 이충우기자

북한군의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엔 “각별한 의미”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북한 총격 6일만이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이어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한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통지문에 대해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으며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통일전선부는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사격했다”며 이씨 사살이 정상적 경계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 시신 소각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북의 사과만 높게 평가하고, 북의 반발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며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에서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의 총격으로 인한 대한민국 공무원의 사망을 남북 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자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남북 간 군사통신선 복구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며 “군사통신선을 통해 연락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나 돌발적인 사건 사고를 막을 수 있고, 남북의 국민이나 선박이 해상에서 표류할 경우에도 구조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6월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문제 삼아 군사통신선 등 대화 채널을 끊었다.

공무원 피격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2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 피격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2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추석 관련 메시지도 짧게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방역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맞이하는 명절”이라며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하며 지친 몸과 마음에 작은 쉼표를 찍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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