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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KB증권, CEO가 라임사태 책임"…징계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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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KB증권 전·현직 CEO를 주요 행위자로 적시한 검사의견서를 최종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직 CEO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데 책임이 있다는 것이 금감원 판단이다. 라임사태 관련 금융사 제재를 예고한 금감원이 다른 증권사와 은행에도 CEO 책임을 물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8일 KB증권에 검사의견서를 통보했다. 검사의견서에서 금감원은 박정림 대표와 윤경은 전 대표를 주요 내부통제기준 미마련의 행위자·감독자로 특정했다. 검사의견서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검사를 마친 뒤, 주요 지적사항과 그 책임자를 확정해 금융사에 통보하는 일종의 '제재 예고서'다.

KB증권 본사 건물. 중앙포토

KB증권 본사 건물. 중앙포토

펀드판매·정보전달 내부통제 미비

금감원은 '라임 AI스타' 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가 미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매 중단된 라임 AI스타펀드(472억원)는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펀드다. 금감원은 KB증권이 이 상품을 만들면서 WM상품전략위원회를 심사를 일부 생략하고, 실효성 있는 리스크심사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 행위자로 박 대표와 윤 전 대표를 지목했다.

금감원은 정보전달 관련해서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리스크관리부서와 상품판매부서 간 정보전달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내부통제기준이 미비했고, 그 결과 라임펀드 관련 정보가 최고경영진에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역시 박 대표와 윤 전 대표를 행위자로 지목됐다.

TRS 내부통제 관련 CEO에 책임 물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도 위반했다고 봤다. KB증권이 TRS거래가 특정 자산운용사에 대한 편중되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TRS 한도·증거금률을 설정하기 위한 체계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도 위반사항으로 지적했다. 부서 간 내부손익조정의 사전 점검절차가 미비한 탓에 KB증권이 펀드제안서에서 선취수수료를 거의 없는 것처럼 속여 적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 역시 전·현직 CEO를 행위자로 적시했다.

TRS거래를 담당한 임직원이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KB증권이 TRS거래시 불건전 거래를 사전 또는 사후에 확인하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아 담보 평가금액을 임의조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와 윤 전 대표엔 이에 대한 감독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모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신모 부사장, 최모 컴플라이언스본부장 등 임원도 각종 행위자 및 보조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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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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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사의견서는 다음달 열릴 제재심의위원회 때 금감원 측 주장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따른 행위 책임을 전·현직 CEO에 돌리고 있어, 사실상 전·현직 CEO 중징계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KB증권 측에 지난 18일까지 검사의견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KB증권은 금감원 논리를 반박하는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금감원 검사의견이 징계로 현실화하면,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까지 언급되고 있는 박 대표에겐 큰 부담이다.

KB증권 검사의견서에 담긴 금감원의 논리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우리은행, 하나은행을 제재할 때의 근거와 똑 닮았다. 당시 금감원은 제재심을 열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며 각 은행 CEO에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현재 이 제재안은 금융회사 반발로 법정 소송 중에 있어 효력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CEO 줄 징계할까…윤석헌 "증권사 먼저 정리"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24일 망원월드컵시장에서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24일 망원월드컵시장에서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라임사태에 연루된 증권사는 KB증권 외에도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이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데스크 임직원들이 라임운용과 함께 무역금융펀드의 수익률 조작 사기 등을 주도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 결과 밝혀졌다. 대신증권은 라임펀드를 2000억원어치 팔면서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금감원이 KB증권과 같은 잣대로 이들 증권사를 제재한다면 CEO 줄 징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증권사들에 대한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윤 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 시장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라임 제재와 관련해) 증권사를 먼저 정리하고 은행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아직 시기를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연달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사태 관련 건은 현재로써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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