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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최고위 추기경 사임…그뒤엔 "자선기금 부동산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바티칸에서 최고위급 인사로 꼽히는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이 24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바티칸 ‘부동산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사임 배경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교황청 최고위급 인사인 베치우 추기경 사임 #외신들 "부동산에 자선기금 투자한 것이 배경"

바티칸 교황청은 24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바티칸 교황청은 24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이날 교황청은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반니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의 시성성 장관 사임과 추기경 권한 포기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베치우 추기경이 사임 의사를 밝힌 배경 등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베치우 추기경은 교황청의 핵심 기관인 국무원에서 국무 부장관을 2018년까지 지냈다. 이후 대주교에서 추기경이 되고 교황청 심의회인 시성성 장관까지 오른 교황청의 최고위급 핵심 인사다. 시성성은 교회가 공경할 성인을 선포하는 시성(諡聖)을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BBC는 베치우 추기경에 대해 “국무원에서 일했을 당시 교황을 매일 만날 정도로, 교황의 최측근 인물”이라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이번 사임 발표로 베치우 추기경은 추기경 직함은 유지하지만, 추기경으로서 권한은 박탈된다. 특히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80세 이하 추기경에게 주어지는 콘클라베 투표권은 매우 상징적인 권한으로, 교황 선출 투표권을 포기한 것은 2013년 성 추문으로 사임한 케이스 오브라이언 추기경 이후 7년 만이다.

이 때문에 베치우 추기경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는 주요 외신들의 이목을 끌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베치우 추기경이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 참석 권한을 포기했다”며 “수년간 교황청에서 벌어진 가장 미스터리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베치우 추기경이 콘클라베 투표권까지 포기했다는 건 그만큼 사임 이유가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BBC 등 외신들은 베치우 추기경 사임 배경에 작년에 불거진 ‘교황청 부동산 스캔들’이 있다고 짚었다.

베치우 추기경이 교황청 국무원 국무 부장관으로 있던 2014년, 국무원이 한 이탈리아 사업가가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런던의 고가빌딩 지분을 매입했다는 것이 ‘부동산 스캔들’의 핵심이다. 특히 당시 투자금이 빈민구호에 사용되는 교황청 자선기금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나오며 더 큰 문제가 됐다.

하지만 베치우 추기경은 지난 2월 “부동산 투자는 정당했고, 자선기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현재 바티칸은 이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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