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가 할퀴고 간 산업 현장…기업 5곳 중 1곳 한계기업 된다

중앙일보

입력

올 연말, 기업 5곳 중 1곳 이상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기업 경영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기름을 부은 여파다. 이들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도 크게 상승하는 등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도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은행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를 열고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했다. 일단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는 4월 한때 위기 단계에 진입(23.9)했다가 5월 이후 주의단계(8~22)에 머물고 있다. 8월엔 13.5(잠정치)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제주체의 부채가 많이 늘었고, 금융·실물 괴리 우려가 커지는 등 잠재리스크는 다소 커졌다”며 “저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 축적 가능성과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민간부문의 채무상환능력 약화 등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선 몇 가지 위험요소에 관한 분석이 함께 논의됐다. 특히 한계기업 증가세가 눈길을 끌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한계기업은 증가하는 추세였다. 2019년 한계기업은 3475개로 2018년 3236개보다 239개 늘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전체 외부감사기업 중 14.8%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그런데 올해는 이 비중이 21.4%(5033개)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업종별 매출액이 평균 10.5%, 코로나19 취약 업종은 평균 29.5% 감소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가 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보다 한계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다만 21.4%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매출 충격이 연내 계속 지속한다는 가정하에 추정했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규모도 늘지만, 위험 역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들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이 올해 6월 4.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12월 3.1%, 지난해 12월 3.2%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뛴다. 예상부도확률은 기업의 자산가치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 이하로 하락하는 걸 뜻한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예상부도확률은 평균 1.5% 정도였다.

최근 급증한 금융기관의 해외투자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부동산 투자를 늘린 증권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투자 규모는 486조원이다. 해외투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2013년(129조원) 이후 3.8배 증가했다. 해외투자는 외화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포괄한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투자상품별로는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7년간 연평균 21.1%씩 성장해 올해 100조원에 도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이후 이동제한조치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경기 부진, 해외투자 현장실사의 어려움 등으로 부진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에 따른 대체투자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하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구체적으로 리츠(REITs) 지수가 평균 57% 하락하면 국내 35개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NCR)이 올해 1분기 801%에서 447%로 급락할 것으로 봤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투자하는데 위기가 발생해도 자산 매각 등 빠른 대처가 어렵다”며 “특히 증권사의 경우 상당 부분을 기관·개인투자자에게 재매각해 이익을 얻는 만큼 대체투자 리스크가 투자자 손실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