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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없이 웃고 즐기는 딴 세상···트럼프 열받게 하는 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들 안 써요."

지난 8월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AFP=연합뉴스]

지난 8월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AFP=연합뉴스]

듣고 놀랐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요즘 중국 말이다. 마스크를 쓰는 건 공식 행사 정도라고 한다. 코로나 전염 상황이 났을 때 확산의 책임을 안 지기 위해서다. 반면 일상생활에선 마스크를 잘 안 쓴다고 했다. 중국 현지인 전언이다.

생각해보니 맞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개학한 중국의 학생 대부분이 마스크 없이 수업을 받는다고 8일 전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마스크 없이 등교해도 괜찮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기는커녕 21일에야 수도권에서 등교를 겨우 재개한 한국과 천양지차다.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중국프로축구 경기에서 서포터즈가 응원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신화=연합뉴스]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중국프로축구 경기에서 서포터즈가 응원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프로축구 경기엔 관중이 입장할 뿐만 아니라 마스크도 안 쓴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발효 후 계속 무관중 경기다.

격세지감이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5~6개월 전만 해도 중국에서 마스크와 소독제 사재기를 하던 중국인이다.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의 방역 의식을 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워터파크에서 지난 8월 15일 수상 파티가 열려 수천 명이 몰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워터파크에서 지난 8월 15일 수상 파티가 열려 수천 명이 몰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AFP=연합뉴스]

그랬던 이들이 바뀌었다. 왜 그럴까. 확진자 수 때문이다. 21일 기준 중국의 코로나19 본토 확진자는 36일째 ‘0’이다.

중국만 딴 세상이다. 전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에 휘청인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인도에선 9만 명, 미국에서 4만 명씩 쏟아진다.

물론 중국 정부의 통계를 신뢰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인의 공포가 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에서 8월에 집단 맥주 파티를 열 수 없다.

경제도 중국만 나 홀로 행보다.  

11일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한 시민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한 시민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AFP=연합뉴스]

회복세가 완연하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를 보자. 8월 소매판매가 2조 9273억 위안(약 509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늘었다. 월간 소매 판매가 플러스가 된 건 코로나19 충격 직전인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통신기기(25.1%), 화장품(19%), 금·은·보석류(15.3%), 음료(12.9%), 일용품(11.4%), 자동차(11.8%) 등 골고루 늘었다. 산업 생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6.9%) 이후 최고치다.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3.2%다. 사상 최악이었던 1분기 -6.8%에서 빠르게 반등했다. 반면 미국은 2분기에 -31.7%란 충격적 성적표를 받았다.

[자료 : KDI]

[자료 : KDI]

현재로썬 중국이 전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올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나라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세계 경제전망에서 중국만 1% 성장할 거로 봤다. 미국(-8%), 유로존(-10.2%), 일본(-5.8%), 한국(-2.1%) 모두 마이너스다.

현지 분위기는 더하다.  

20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중국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20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중국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4분기에 6%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거란 예측(마쥔 인민은행 금융정책위원)까지 나온다. 내수 띄우기도 적극적이다. 황금연휴인 중국 국경절(10월 1∼8일)을 맞아 중국 당국은 전국 관광지 입장권을 할인 및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베이징 시 정부는 3억 위안(약 516억)어치의 무료 외식 할인쿠폰을 발행, 지급하기로 했다.

경제 성장은커녕 코로나19 불길 잡기에 벅찬 다른 나라들엔 중국의 행보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멀리 둘러볼 것도 없다. 한국은 추석 연휴 기간 고향 방문도 자제해야 한다.

왜 중국만 다를까.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워터파크에서 지난 8월 15일 수상 파티가 열려 수천 명이 몰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워터파크에서 지난 8월 15일 수상 파티가 열려 수천 명이 몰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AFP=연합뉴스]

씁쓸하지만, 중국의 대처가 영리했다. 코로나19와 경제와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움직였다. 지난 8월 29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의 중앙선데이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국가적 방역 전략은 크게 세 부류다. 하나는 스웨덴처럼 느슨한 방역을 하면서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큰 모임만 제한하는 것이다. 반면 뉴질랜드·대만·베트남은 국경을 봉쇄하고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해서 국내에서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학교도 다니고 그 안에서 여행도 다니고 내수를 돌렸다. 그러면서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강력한 입국 금지가 효력을 발휘했다. 제일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남미, 인도 등은 어중간한 조치를 취했다. 특히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모습.[AP=연합뉴스]

물론 김 교수는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경을 봉쇄하고 지역사회 유행을 철저히 차단한 것, 다른 어느 나라보다 중국이 제일 철저하지 않았나. 지난 2~4월 ‘셧다운’까지 하며 대규모 유행 흐름을 차단했다. 지금도 국제선 항공기는 중국 정부가 암암리에 운행을 제한한다. 극소수 인원만 중국에 들어갈 수 있다. 국경 봉쇄에 준하는 통제다.

이런 행보 덕에 36일 연속 본토 확진자 ‘0’이란 결과를 얻었고, 일상생활 회복과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 부러우면서도 얄미울 거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보는데, 그런 중국이 먼저 회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책임론’의 선봉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나날이 높아지는 자국 실업률과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보며 더 강한 대중국 제재를 생각할지 모르겠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배달원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배달원의 모습.[AP=연합뉴스]

그렇더라도 중국은 원래 하던 대로 버틸 거다. 활발해지는 내수를 믿고. 중국의 ‘농성(籠城·적에게 둘러싸여 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킴)’전(戰)은 성공할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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