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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성대 선관위원 후보 지명 철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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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정한 심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되거나 붕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이는 인사들의 잇따른 선관위원 추천과 임명으로 선관위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골적 친여 성향 물의…야당은 사퇴 요구 #임명 강행하면 공정한 선거 누가 믿겠나

문 대통령의 선거 캠프 출신인 조해주 상임위원 임명에 이어 조성대(한신대 교수) 후보자 역시 친여 정파성 문제로 부적격 시비가 일고 있다. 어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보면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어 왔다. 이런 인사를 선관위원에 추천한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 후보자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SNS에 ‘원순씨가 서울시를 들어올리겠는데요. 다 함께 기뻐하기 직전,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합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라는 글을 올렸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2012년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친한 선배’라고 지칭하며 팬카페 글을 리트윗하고, 이 장관 지지 모임에도 가입했다.

그는 심상정(정의당) 의원에게 10만원의 후원금을 내는 등 진보 쪽엔 호의적이지만 보수 정치인은 폄훼·비방하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는 참모의 발언에 “너나 잘해 인마”라는 글을 올렸고,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해서는 “X값을 한다.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며 적의를 드러냈다.

과거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 글이 논란이 되자 조 후보자는 “저의 발언이 상처가 됐다면 유감으로 생각하고 사과하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문제가 된 “북한이 물고기와 사람은 안 다치게 하고 초계함만 두 동강 내며 초계함 밑의 파편을 물고기들이 다 뜯어먹는 그런 친환경 어뢰를 개발했다는 개그 앞에 진실은”이란 글에선 그의 친정권적 대북관과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노골적으로 정권과 여당 편을 드는 인사를 선관위원에 임명하는 건 난센스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불공정 논란이 재연되고, 선관위의 위상도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이 정부 들어 선관위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4월 총선 땐 여당의 ‘적폐 청산’ 구호는 허용하고, 야당이 내세운 ‘민생 파탄’은 쓰지 못하게 해 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다.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임기가 끝나면 동시에 위원장에서도 물러난 그간의 관행을 깨고 기어이 사무총장 등 핵심 보직 인사에 결재하고 그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관위가 불공정 편파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마당에 노골적으로 정권을 편드는 선관위원을 임명한다면 내년의 보궐선거와 2022년의 대통령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믿을 국민이 있겠는가. 조성대 후보자의 선관위원 임명이 철회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