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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개혁 반격 시각 있어" 조권 선고 뒤 주목받는 김미리의 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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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동생 조권씨가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씨는 이날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동생 조권씨가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씨는 이날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뉴스1]

채용비리와 소송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53)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김미리(51)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와 입시비리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개입 의혹 사건을 모두 맡고있다. 현재 검찰에겐,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에겐 가장 중요한 재판을 모두 하고 있는 셈이다.

조국 동생 1심 판사, 조국, 울산시장 사건 모두 맡아

尹에게 중요한 재판, 모두 김미리가 맡아 

그런 김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검찰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조권씨에게 적용된 혐의 6개(채용비리, 소송사기, 증거인멸 등) 중 단 1개의 혐의(채용비리)만 인정하자 검찰은 긴장하고 있다. 이 재판의 기준이 향후 조 전 장관 재판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국 일가 공소 유지를 맡고있는 검찰 관계자는 "판결은 납득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증거를 통해 재판장을 설득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재판장이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재판장이다. [연합뉴스]

우리법 출신 김미리, 법정서 '檢개혁 시각' 언급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재판에서 검찰과 종종 이견을 드러내며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왔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건 지난 6월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재판에서 검찰개혁을 언급한 부분이다.

김 재판장은 재판 전 참고인의 검사 면담에 대해 "이 사건은 매우 조심스러운 잣대가 필요하다"며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국)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 보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고법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법정에서 '검찰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그 용어 자체가 정치적인 단어 아니냐"고 했다.

검찰은 반발하며 조 전 장관의 사건은 표적 수사도, 검찰 개혁에 반발해 이뤄진 것도 아니라 답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선 김 재판장이 조국 사건을 '여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모습. 유 전 부시장은 이번주 조국 장관 재판에 출석한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모습. 유 전 부시장은 이번주 조국 장관 재판에 출석한다. [뉴스1]

법정서 檢주장에 바로 반박하기도 

김 재판장이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재판에서 검찰과 부딪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재판에선 검찰과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이 청와대 특감반원의 '감찰 권한' 존재 여부를 놓고 논박을 벌였다.

검찰은 특감반원이 검사처럼 상급자의 결재를 받더라도 고유의 감찰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재판장은 "(검찰)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검사의 주장을 법정에서 반박했다. 특감반에게 감찰의 고유 권한이 없다면,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진다.

김 재판장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재판에서도 송철호 울산시장의 후보 매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송 시장이 검찰에 출석하지 않아 수사가 어렵다"고 하자 "그건 별건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1월 3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불구속 기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1월 3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불구속 기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결론 내릴 때 눈치보는 편 아냐" 

검찰에선 김 재판장의 이런 시각들이 조권 1심 선고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김 재판장은 공범의 실형이 확정된 채용비리 혐의 중 업무방해에만 조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형량은 공범에게 인정된 배임수재에 무죄를 주며 더 낮게 했다.

조국 일가 도덕성에 타격을 입혔던 웅동학원 소송사기 혐의에선 모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썼다. 김 부장판사와 함께 근무했던 현직 판사는 "김 부장판사는 주요 사건에 대한 욕심도 있고, 결론을 내릴 때 주변 눈치도 보지 않는 편"이라 말했다. 자신의 소신대로 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유재수 사건에선 법리로 다투지만, 입시비리 의혹에선 검찰 조사 때부터 진술거부권을 사용하며 검찰에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검찰은 조국 부부가 모두 공모했다고 기소했다. 그걸 입증하는 것도 모두 검찰의 몫"이라 말했다.

임미리 부장판사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사진)와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혐의 중 일부 재판도 맡고있다. [뉴스1]

임미리 부장판사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사진)와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혐의 중 일부 재판도 맡고있다. [뉴스1]

"수사 헐겁게 해놓고 판사 탓 하나" 

다만 법원 내부에선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수사를 헐겁게 해놓고 판사 탓을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주장한 조국 부부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간의 권력 유착 의혹을 인정하지 않은 조씨의 1심 판결은 김 부장판사가 아닌 다른 재판부(소병석 부장판사)의 소관이었다.

우리법 혹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 아닌 소 재판장은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서 '원활한 재판 진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김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미리 부장은 주변에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다"며 "결국 범죄 입증 책임은 검찰에게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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