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콧대높은 대기업도 매장서 안판다…온라인 브랜드 전성시대

중앙일보

입력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8일 편집숍 비이커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비 언더바를 론칭했다.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8일 편집숍 비이커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비 언더바를 론칭했다. 사진 삼성물산

시즌리스(사계절 구분이 없는) 컨셉트의 신생 패션 브랜드 '텐먼스'는 출시 일주일 만에 두 달치 물량을 완판했다. 지난달까지 매출은 목표 대비 이미 3배를 넘겼다. 텐먼스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2월 처음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인 의류·슈즈 브랜드다. 첫 도전 성공에 힘입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일 두 번째 온라인 브랜드 '브플먼트'를 시작했고, 하루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돼 이미 4차 리오더(재생산)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에 빠진 패션·화장품 기업들이 백화점·쇼핑몰 등에서 매장을 없애고 잇따라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옷은 입어보고, 화장품은 발라보고 사야 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유통 업계에 탈(脫) 오프라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패션도 부캐’ 온라인 전용 동생 브랜드

럭키마르쉐는 럭키슈에뜨의 '부캐' 브랜드로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사진 코오롱FnC

럭키마르쉐는 럭키슈에뜨의 '부캐' 브랜드로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사진 코오롱FnC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코오롱FnC는 이미 알려진 브랜드를 50% 정도 낮춘 가격으로 온라인에서 선보이는 일종의 ‘부캐(부캐릭터)’ 전략을 시도했다. 편집숍 비이커는 지난 8일 온라인 전용 브랜드 '비언더바(B_)'를 런칭했고, 코오롱FnC는 럭키슈에뜨의 디자인을 담은 '럭키마르쉐'를 지난달 선보였다. 각각 자사몰인 SSF샵과 코오롱몰, 패션몰 무신사 등에서 판매 중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럭키슈에뜨와 동일한 감성은 유지하되 가격은 낮춘 럭키마르쉐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지난 6월 더한섬닷컴, H패션몰에 이어 세 번째 자사몰 EQL을 론칭하고, 온라인 전용 남녀공용 캐주얼 브랜드 레어뷰를 선보였다. 타임·마인·시스템 등 한섬의 대표 고급 여성복 브랜드에 적용하는 생산 기준을 그대로 따랐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 내 다른 브랜드와 공동으로 원단을 매입해 소재 고급화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에서 온라인 전용 상품을 따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브랜드 구호에서 캐시미어 코트, 다운 점퍼, 테일러드 재킷, 원피스 등 구호를 대표하는 주요 아이템을 따로 생산해 SSF샵에 단독 론칭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가격은 기존 구호 제품의 80% 수준이다.

아모레 신규 브랜드, 쿠팡에서 단독 런칭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일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브플먼트를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선보였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일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브플먼트를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선보였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구매 전 직접 발라보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최후의 보루’로 남을 거라던 화장품 브랜드도 온라인 전용으로 바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기초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쿠팡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다. 5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용 제품인 헤라 센슈얼 매트 라즈베리 컬러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네이버, 11번가 등과 협력해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빈폴스포츠·액세서리 매장 50여개 폐점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속속 사라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간판 브랜드 빈폴의 스포츠 라인을 중단하고, 액세서리 라인은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한다. 현재 운영 중인 빈폴스포츠 매장 100여개, 빈폴액세서리 매장 50여개는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폐점한다. LF는 사업 중단을 선언한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매장 30여개를 올해 중으로 철수하고, 헤지스·티엔지티·마에스트로 등의 비효율 매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전체 매장 400여개 중 비효율 매장 40개를 정리하기로 했다.

"소비 양극화로 패션·화장품 온라인 시장 더 커질 것"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기초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쿠팡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기초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쿠팡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대기업들이 온라인 판매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언택트(비대면) 쇼핑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섬의 자사몰 더한섬닷컴・H패션몰・EQL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12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65억원) 대비 62% 성장했다. 론칭 3개월이 채 안 된 EQL을 제외한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의 상반기 매출은 각각 840억원과 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0억원과 105억원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2분기 실적 중 설화수·헤라·프리메라 등 럭셔리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라·H&M 등 패스트패션(SPA), 해외 직구 등에 익숙한 MZ세대는 가격 거품에 유난히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패션 플랫폼에서 할인에 들어간 상품의 링크를 공유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을 즐긴다”며 “백화점 명품 브랜드 외에는 가성비를 철저하게 따지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온라인 전용 브랜드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