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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줄폐업에 쌓이는 PC‧노래방기기…“세운상가도 포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서울 중구 전자상가 한 중고 노래방 기기 판매점에 폐업한 노래방에서 들여 온 엠프, 마이크, 기기들이 쌓여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중구 전자상가 한 중고 노래방 기기 판매점에 폐업한 노래방에서 들여 온 엠프, 마이크, 기기들이 쌓여 있다. 뉴스1

“IMF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들 해요. 폐업 노래방기기들이 쌓여만 가니까 저희도 지난달부턴 물건 안 받고 있어요. 팔려야 받죠.”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이곳에서만 20년 가까이 노래방기기 유통을 해왔다는 박진혁(44)씨의 말이다. 박씨는 그동안 비수기 등 여러 고비를 수차례 넘겼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영업난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폐업하는 노래방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새로 개업을 하려는 이들은 없어 도매시장이나 중고시장마저 막혔기 때문이다. 박씨는 “중고가로 대당 30만원 정도에 팔았던 노래방기기가 15만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사들인다고 나간다는 보장이 없기에 물건을 받을 수 없다”며 “세운상가가 막혔다는 건 (노래방) 시장이 아예 죽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래방기기 중고가 절반이지만 거래 없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중고 PC 전문점에 중고 PC 물품이 한가득 쌓여있다. 뉴시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중고 PC 전문점에 중고 PC 물품이 한가득 쌓여있다. 뉴시스

이날 세운상가 내 노래방기기 판매점들 앞에는 폐업한 노래방에서 들여온 노래방 기기들이 쌓여있었다. 이날 만난 세운상가의 또 다른 상인 역시 “노래방·코인노래방 업주들의 폐업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문을 닫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321곳으로, 1분기 39만1499곳보다 2만1178곳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PC방·노래방 등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이 1분기 1만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10.8% 감소해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관련 중고 시장에는 폐업 물품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PC방서 나온 중고 PC 문의는 이어져  

컴퓨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상가 통로 곳곳에 중고 PC가 수십 대씩 쌓여가고 있다. 떨어진 매출을 견디다 못해 문 닫은 PC방들의 PC가 이곳으로 넘어와서다. 중고 PC 매입 전문업체에서 근무하는 안광일(33)씨는 “PC방 폐업 매물 관련 문의가 지난해보다 30~40%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래방 업계와는 달리 중고 PC를 사겠다는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 등으로 고사양 중고 PC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안씨는 “중고 PC 매물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찾겠다는 개인 고객도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은 늘었다”고 전했다.

식당 중고 용품 거래도 뚝 끊겨 

18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채혜선 기자

18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채혜선 기자

요식업계에도 폐업 매물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음식업종 점포는 1분기 13만4041곳에서 2분기 12만4001곳으로 1만40곳이 장사를 접었다. 이날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만난 업소용 중고 주방기기 전문 업체의 한 대표는 “폐업하는 식당이 많아서 기기를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 들어온다”며 “그런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도 곤란하다. 새 상품 아닌 이상 물건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학동 주방거리에는 폐업식당 등에서 들어온 주방기구를 새로 창업하는 식당 등에 되파는 중고 매장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중고 주방기기를 판매했다는 A씨는 “지난 5월부터 개업 상담이 뚝 끊겼다”며 “음식점들 장사가 잘돼야 중고시장도 빠르게 돌아가는데 다들 죽겠다는 소리만 하니 우리도 힘들다. 이런 적은 장사 인생 중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산 분식집, 떡볶이 남아 무료로 드리겠다  

지난 16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코로나19로 떡볶이가 많이 남아 무료로 드리겠다”는 부산의 한 분식집 글이 화제가 됐다. 이 분식집 사장 이영진(43)씨는 “지난 4월부터 매출이 뚝 떨어졌다. 3분의 1 수준도 안 되지만 겨우 버티고 있다”며 “손님이 끊긴 걸 고려해서 음식을 만들지만 그래도 계속 음식이 남는다. 보통 주변 상인들에게 나눠주는데, ‘그만 주라’고들 하시니 고민 끝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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