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7만개 라돈침대 산, 포장 뜯긴채 폭우 맞아도 괜찮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침대 매트리스 등 폐기물 12만4000개를 전국 18개 장소에 2년 4개월째 보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야외에 나와 있고, 방수포 일부가 훼손된 채 폭우에 노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라돈침대 사태 이후 수거된 제품들이 보관돼 있는 충북 충주의 한 창고 모습. [김영식 의원실 제공]

라돈침대 사태 이후 수거된 제품들이 보관돼 있는 충북 충주의 한 창고 모습. [김영식 의원실 제공]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등에서 받아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8년 5월 라돈 사태 발생 이후 수거한 라돈 방출 제품 12만4000개를 현재까지 업체 야적장, 창고, 컨테이너 등에 보관 중이다. 보관 장소는 서울 강서구·관악구, 경기 광명·남양주 등 7개 시와 인천 서구·부평구, 대전 서구, 부산 남구, 강원 원주, 충남 천안 등 전국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관량이 가장 많은 곳은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 야적장(약 7만5000개)이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거 제품들이 전국에 흩어져 보관 중이란 사실이 해당 지역 목록과 함께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1급 발암물질이 2년 넘게 잦은 폭우와 태풍 등을 겪으며 방치돼 지역 주민 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16일 충남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 공터에서 관계자들이 라돈 매트리스 해체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10월 16일 충남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 공터에서 관계자들이 라돈 매트리스 해체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원안위 측은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보관상태의 건전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특히 야적장에 보관 중인 제품은 입구에 환경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하고 2개월마다 현장점검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우·태풍으로 인한 오염 우려에 대해선 “자연재해에 대비한 특별점검으로 관리상태를 개선하고 보관장소 인근 토양 및 빗물 시료를 분석해 특이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야적장 보관 제품들의 경우 방수포 일부가 훼손된 채로 지난달 초 또 폭우를 맞았고, 일부 창고에선 제품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우려다. 가장 많은 제품이 있는 대진침대 야적장은 훼손된 방수포 보수와 로프 고정 작업 등이 폭우가 다녀간 뒤(지난달 12~18일) 이뤄졌다. 원안위가 창고 외부로 제품이 노출된 곳에 대해 특별점검을 한 것도 폭우 이후인 8월 중순 무렵이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도시가 다 잠길 만큼 비가 왔는데 야적장 인근 토양검사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다거나 그 뒤에 보수가 이뤄졌다는 것만으로 시민들이 안심할 수 없다”며 “최대한 빠른 폐기와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김영식 의원실 제공]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김영식 의원실 제공]

폐기해야 할 라돈 제품을 아직 방치한 이유는 관련 규정 마련이 지지부진해서다. 환경부는 처음 라돈침대 사태가 일어난 지 2년을 훌쩍 넘긴 지난달에야 관련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관련 연구용역이 끝난 시점도 사태 1년여 뒤인 지난해 7월이었다. 가연성 폐기물은 소각 후 매립, 불연성 제품은 밀봉 후 매립하기로 한 폐기 방법을 놓고 전문가 및 시민단체들의 이견도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매립지 인근 주민 협의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늦춰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폐기까지는 앞으로도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며 “서둘러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제대로 된 폐기 계획을 마련했으면 이렇게 2년 넘게 일을 끌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할 일도 없었다. 탈원전에는 그렇게 신경 쓰면서, 정작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지지부진한 것은 현 정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거된 라돈 검출 제품들이 보관돼 있는 걍기 광주 창고의 모습. [김영식 의원실 제공]

수거된 라돈 검출 제품들이 보관돼 있는 걍기 광주 창고의 모습. [김영식 의원실 제공]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