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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완봉승 최채흥 "아침에 눈이 잘 떠졌다"

중앙일보

입력

생애 첫 완봉승 기념구를 들어올린 삼성 투수 최채흥. 김효경 기자

생애 첫 완봉승 기념구를 들어올린 삼성 투수 최채흥. 김효경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왼손투수 최채흥(25)이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삼성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11-0으로 이겼다. 선발 최채흥의 투구가 빛났다. 최채흥은 5회까지 단타 2개, 볼넷 1개만 내주면서 득점권에 주자를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다. 그 사이 타자들은 대량득점하며 리드를 안겨줬다. 최채흥은 "오늘 아침에 눈이 잘 떠지더라"고 미소지었다.

이날 2회엔 포수 강민호가 김응민으로 교체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채흥은 "몸 풀 때부터 민호 형이 어제 파울 타구 맞은 부위가 안 좋다고 해서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덜 당황했다. 포수가 바뀌었지만 경기 전 계획대로 던졌다"고 했다. 최채흥은 강민호, 김응민과 올시즌 비슷한 비율로 호흡을 맞췄고, 성적도 비슷했다.

6회 이후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7회 1사 이후 이형종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범타로 고비를 넘겼다. 투구수는 90개. 삼성 벤치는 당연히 8회에도 최채흥을 내보냈다. 정주현에게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최채흥은 11개로 8회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9회 선두타자 라모스에게 우중간 깊은 뜬공을 허용했지만 아웃이 됐고,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완봉승을 완성했다. 최채흥은 "이게 커리어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채흥은 완봉승이 결정되는 순간 두 팔을 들어올렸다. 최채흥은 "프로에서 완봉은 꼭 해보고 싶었던 목표라 동작이 과했던 것 같다. 선배들이 '노히터 했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최채흥은 이날 110개의 투구 중 직구를 55개(최고 시속 145㎞) 던졌다. 그는 "7월 이후 오늘 직구가 가장 좋았다. 자신있게 던졌다"고 했다.

최채흥은 "8회 투아웃 잡을 때부터 완봉 생각이 났다. 투수코치님들이 '괜찮냐'고 물어보시긴 했지만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8회가 가장 큰 고비였다. 욕심이 생기다 보니 투구수 줄이려고 가운데 보고 던졌다"고 했다. 9회 라모스의 타구에 대해선 "조금만 더 중심에 맞았으면 관중석 중단에 꽃혔을 것이다. 배트에 맞았을 땐 아웃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프로 3년차 최채흥은 올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다. 개막 3연승을 포함해 4경기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6월까지 3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구창모(NC)와 선발 맞대결 패배 이후 급격히 하락세를 그렸다. 한 차례 로테이션을 쉬고 회복했지만 이번엔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8·9월 6경기에선 8월 12일 두산전(5이닝 11실점)을 제외하고 2실점 이하로 막고도 승을 못 챙겼다.

풀타임 선발 첫 해인 최채흥의 목표는 당연히 10승이다. 지난해 28경기(15선발)에선 6승 6패를 기록했고, 올해는 19경기에서 7승(5패)을 쌓았다. 팀이 38경기를 남겨둔 현재, 최채흥에겐 6~7차례 선발 기회가 더 올 듯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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