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는 직장인] 상사에 열받는 나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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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끓는다, 끓어 !

27세 대기업 인사과에 다니는 K. 그녀는 책상위에 서류를 내동댕이치며 투덜거린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하라는 대로 했는데 무조건 다시 하라니 날더러 어쩌라는 거지 ? "

옆에 있던 동료가 응원 한마디 해준다.

"하루 이틀 겪은 일이에요? 우리 팀장 주특기가 오락가락이잖아요? 그냥 조금 손봐서 다시 올려요. 열 받으면 괜히 자기만 손해라니까. "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실제 당한 사람들은 너무 괴롭다.

무(無)소신 팀장을 만난 팀원들의 운명이라고 포기해 버리기엔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가 아깝다.

기껏 죽자 사자 올라갔는데 '이 산이 아닌가 봐' . 허탈하고 황당하지만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도전, 올라갔는데 '아까 그 산이었는가 봐 ! ' 했다는 나폴레옹 개그가 직장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현실이다. 있는 기운, 없는 기운 다 빠져버리는 이런 경우에도 사람마다 그 대응법이 다르다.

1. 정면돌파형… 직접 1:1로 대들고 따진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발달한 사람들. 결과는 1백전 1백패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2. 우회전략형… 위기의 순간엔 일단 침착함을 되찾고 후진 기어를 넣는다. 그러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전진' 한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이성적인 성격.

3. 묵묵순종형…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한다. 자기 발전도 없고 회사에 기여도 없다. 혼자 마음속으로만 구시렁구시렁하면서 화병 나기 안성맞춤.

물론 요즘엔 전에 비해서 당당하게 자기의견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윗사람이 하라면 하는 수 밖에 없는 게 직장의 현주소다.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만큼의 확실한 직장철학이 요구된다.

아이쿠, 끓는다, 끓어… 열 받아 머리 뚜껑 열리고 투덜거리는 건 어리석은 일.

1백20%의 최선을 다하되 '무소신 팀장, 오락가락 지시' 엔 정중하고도 겸손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정공법이 아닐까?

최윤희 자유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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