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피하려고…화웨이, 구글 떼고 독자 OS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10 19:37

업데이트 2020.09.10 21:11

지난 5일 마스크를 쓴 관람객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화웨이 전시장에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마스크를 쓴 관람객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화웨이 전시장에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구글로부터의 독립이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내년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독자 운영체제(OS)인 '훙멍'(鴻蒙·Harmony)을 탑재하겠다고 10일 발표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화웨이가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드로이드 아닌 독자 OS '훙멍'
"올해 12월 스마트폰으로 첫 선"
미·중 '디커플링', 화웨이의 고민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후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대회에서 내년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훙멍 OS를 전면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화웨이의 개발자대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위 CEO에 따르면 훙멍 OS로 동작하는 화웨이의 첫 스마트폰은 올해 12월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훙멍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OS로, 지난해 8월 처음 소개됐다. 스마트폰과 TV, 컴퓨터,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일 수 있다. 그동안 화웨이는 훙멍을 스마트TV 등 일부 제품에 시험적으로 적용해 왔다. 이번에 스마트폰에까지 전면적인 지원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제재가 길어지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제대로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미국 회사인 구글과 거래할 수 없게 돼서다.

실제로 미국의 제재 이후 출시된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30' 등은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가 지원되지 않는다. 구글플레이를 통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훙멍 OS 확대 전략은 구글을 이용할 수 없는 중국 기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러나 훙멍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의 시장 장악력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의 8월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7대(74.25%)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애플의 iOS는 25.15%고, 3위에 해당하는 삼성의 OS는 0.23%에 불과하다. 사실상 구글과 애플이 시장을 3대 1로 나눠 먹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화웨이는 전 세계의 앱 개발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화웨이 생태계 편입을 권유하고 있지만, 개발자들이 훙멍을 구글이나 애플만큼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할지는 미지수다.

훙멍의 전면 등장은 미중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시화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은 미래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5G 네트워크 구축 분야에서 선도 업체인 화웨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세계의 거의 모든 반도체 부품을 새로 구매하지 못하게 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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