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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어렵다 보니" 의식불명 아내 호흡기 뗀 남편 징역 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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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전경.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춘천지방법원 전경.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남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6월 4일 충남 천안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 B씨(56)의 기도에 삽관된 벤틸레이터(인공호흡장치)를 손으로 제거해 B씨를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아내에게 미안하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 

재판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A씨 측은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점 ▶하루에 20∼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A씨는 요양보호사로 함께 일하던 B씨가 생전에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중환자들이 연명치료를 받으며 고통을 받는 것을 봐왔으며, 가족들에게 종종 '다른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으니 우리는 나중에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말자'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9시 30분쯤 간호사가 보는 앞에서 B씨의 호흡기를 떼 의료진의 제지로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온 뒤, 의료진이 인공호흡장치를 다시 삽관하지 않는 등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아내가 30분 뒤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의료진 과실을 탓하기보단 양형 참작사유로 고려해 달라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아내에게 미안하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검찰 "병명 모르는데 소생 불가하단 판단은 비상식적 행동" 

반면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점 ▶합법적인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들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를 받아보지도 않고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뇌 손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도 있는 데다 A씨 가족이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 가능 여부를 문의했음에도 법적 절차를 기다리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검찰은 앞서 약 2년을 루게릭병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남편의 호흡기를 제거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판례를 들며 더 강한 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유죄" 

한편 이날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은 배심원 5명이 징역 5년을 선택했고, 3명은 징역 4년, 1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인간 생명은 가장 존엄한 것으로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며 "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에 따라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며, 도주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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