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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님의 '두번째 스무살'…50년만에 대학생 변신한 조동성 박사

중앙일보

입력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 [중앙포토]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 [중앙포토]

67학번 '총장님'이 '2020학번 학생'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지난 7월 퇴임한 조동성(71)전 인천대 총장. 그는 2020학년도 1학기 편입학전형을 통해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합격했고, 지난 1일부터 이 대학 3학년 새 학기를 시작했다. 조 전 총장은 "이번 학기엔 6과목 18학점을 신청했다"며 "용감하죠?"라고 웃어 보였다. 18학점은 일반 대학생들이 한 학기에 듣는 학점 수준이다.

'평생교육 전도사' 조동성 전 인천대 총장 #"100세 시대엔 30년 이상 배움 필요 # 박사학위는 사치 아니라 평균 될 것"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67학번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박사까지 받았다. 1978년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경영대학장을 지냈고, 36년간 재직하며 15개 해외 대학의 초빙·겸임교수로 활동했다.

50년 만에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 조 전 총장은 "중국 대학에서 2년간 강의하며 중국에 살았지만, 중국어를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중국 베이징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로 임용됐지만, 2년 뒤 인천대 총장으로 부임하며 휴직했다. 장강경영대학원 임기는 80세가 되는 2029년까지가 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 다시 강단에 설 계획이다.

"앞으로 500년까지도 중국 역할 주목해야"

조 전 총장은 "중국어는 표의문자라서 언어로만 배울 게 아니라 문학·역사·철학 등을 함께 배우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며 "향후 500년까지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라서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설프게 배운 데서 실수가 자주 일어난다"며 "최근 정치·경제적 마찰이 발생하는 것도 중국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어설프게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40년 전 방송대가 서울대의 부설기관이던 시절 강의했던 적이 있다"며 "당시 가정형편 탓에 학업을 계속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모여있어 공부에 대한 열망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고 돌이켰다. 이어 "지난 학기 방송대에서 첫 수업을 들었다"며 "개강 2주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대학들이 오프라인 강의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 왔는데, 2주 앞서 온라인강의를 들어본 덕분에 (인천대 총장 재직 중) 온라인 트랜스포메이션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학생 입장에서 비대면 강의를 체험한 게 주효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다른 교수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부하세요" 권유에…박사공부 지인 400명 

조 전 총장은 '평생학습 전도사'다. 만나는 이마다 "공부를 계속하라"고 권유한다. "내 말을 듣고 박사학위를 받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서울대에서만 100명쯤 된다. 다른 대학까지 400명은 족히 된다"고 했다. 지난 4일부터는 중어중문학 학사과정 외에도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AI 공부도 시작했다. 그는 "AI가 경영학의 범주를 이미 침범한 이상 AI의 수(數)를 모르면 아마추어로 남는다"며 "경영학자로서 AI를 배우고 경영학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말을 빌려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제 친구 최 교수가 그럽니다. 사람들은 개미가 열심히 일하는 곤충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대요. 굴을 관찰해보면 공부하는 개미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개미도 있고, 은퇴해서 쉬는 개미도 있고, 또 노는 개미도 있대요. 어떤 동물이든 수명의 3분의 1은 삶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공부하고, 3분의 1은 일하고, 3분의 1은 쉰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동물은 평균 수명이 일정하지만, 사람은 평균 수명이 꾸준히 늘어났다"며 "평균수명이 50세가 안 되던 시절에는 15세까지 중학교 과정까지 공부하면 사회 리더가 될 수 있었지만, 평균 70세로 늘어나니 대학이 필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이제 100세 시대인 만큼 30년 이상 공부해야 한다"며 "박사학위가 더는 사치품이 아닌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총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평생교육은 오래 사는 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공부하면 머리를 계속 쓰게 되니, 더 건강해지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세요, 그래야 배운 거 오래 써먹습니다."

조동성 전 총장은

1971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7년 하버드대에서 경영학박사를 받았다. 이듬해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36년간 재직했다. 한국경영학회장·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2014년 국가브랜드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6년 인천대 총장에 취임해 지난 7월 임기를 마쳤다. 지난달 싱크탱크 산업정책연구원(IPS) 제5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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