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투병하는 법을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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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 타고 있는 일부 여행객들도 젊잖지 못하게 기차에서 도중 하차를 하고 만다. 그리고는 매번 같은 기차임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병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분들과 그 가족들은 현재 나와 가족들이 무슨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건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지에 대해 매우 걱정하며 궁금해 한다. 사람으로서 어찌 안 그럴 수가 있으랴...

하지만 의사가 질환에 대해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 아는 의사들을 소개받는다던가 이웃이나 친지들의 얘기를 듣고 사방팔방으로 정보 수집내지 소위 특효약 혹은 특효 치료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시간과 비용이 얼마가 들던 아랑곳 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끈으로 튼튼히 맺어진 덕분이리라... 그리고 대부분은 후회도 않는다. 설사 잘못 되어진 경과를 밟았다 치더라도 '이 한몸 바쳐 우리 가족을 위한 길인데...'라며 자신을 채찍질 한다.

어느 날 방송사 뉴스나 의료정보에서 어떤 질환을 소개하면 방송에 출연한 의료인에게 전화나 문의가 전국적으로 쇄도한다. 가히 핵폭탄의 위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기간을 기다리고 먼 길을 달려와서 많은 고비용의 검사를 마치고는 이전에 들었던 비슷한 설명을 듣고 조금은 실망스러워 한다. 하지만 유명 병원과 유명 의료인에게 진료받을 수 있게 됨에 일부나마 위안과 감사한 마음을 가질 뿐이다.

누가 옆에서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조언은 오히려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너가 당해보지 않아서 그래'라는 나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한편으론 개인적인 일이고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것이니 전혀 참견할 필요가 없어도 보인다.

하지만 의료인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환자와 그 가족들은 너무 위험요소가 많다. 병은 기차길처럼 일정하게 정해진 길을 가고 있는데 주변역에서 너무 씨끄럽고 장사꾼들이 너무 설친다.

또 기차에 타고 있는 일부 여행객들도 젊잖지 못하게 기차에서 도중 하차를 하고 만다. 그리고는 매번 같은 기차임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이여! 이제부터라도 병과 싸우는 투병생활도 경제적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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