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된다.
9일 금융권과 여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연임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9월 11일부터 산은 회장직을 맡아온 이 회장은 오는 11일부터 추가 3년의 새 임기를 부여받아 직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간 금융권에선 이 회장 임기말이 가까워져오는 데도 불구하고 차기 회장에 대해 뚜렷한 하마평이 제기되지 않는 점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정부가 이 회장 연임을 이미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으나, 이 회장 본인이 연임을 거부하고 있어 끝까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이 회장이 지난 6월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충분히 피곤하다"며 "남은 9월초 임기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더이상의 미련도 없고 그 다음에 대해선 생각하지도, 생각할 필요도, 생각할 시간도 없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런 궁금증을 키우는 데 이바지했다.
끝내 이 회장 연임이 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가 이 회장 체제 아래 산은의 업무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산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해 기간산업안정기금과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특수목적기구(SPV) 운영 같은 기업 유동성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대우조선해양·두산그룹·쌍용차 등 각종 기업 구조조정 업무도 처리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0조원 규모 ‘정책형 뉴딜펀드’ 실무 업무도 산은 몫이다.
산업은행법에 따라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까지 이 회장 제청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의 뜻이 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늦어도 이 회장 임기 마지막 날인 10일까지는 제청과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날까지 관련 절차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공석이 되는 산은 회장직은 전무이사인 성주영 수석부행장이 대행한다.
이 회장이 연임한다면 그는 1994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산은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1954년 산은이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연임한 최고경영자는 초대~2대 구용서 전 총재(1954~1958년), 15~17대 김원기 전 총재(1972~1978년), 25~26대 이형구 전 총재(1990~1994년)뿐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