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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3·ARF 연쇄 화상회의···미·중 ‘줄세우기 압박’ 거세진다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 폼 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사진)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신화=연합뉴스]

마이크 폼 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사진)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신화=연합뉴스]

한국을 비롯해 미·중·일·러 4강 외교수장이 총집결하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와 지역안보포럼이 오는 9일부터 나흘간 화상으로 열린다. 미·중 양국이 지난달 무력시위까지 벌인 남중국해 문제로 얼마나 충돌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또 양국은 아세안 회원국을 상대로 지지세도 규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9~12일 아세안+한·중·일, 美·北포함 아세안 안보포럼 #미·중, 남중국해 충돌…아세안 줄세우기 본격화 예상

의장국 베트남이 주재하는 올해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주간에는 9일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시작으로 10일 한ㆍ아세안회의 및 1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순으로 열린다. 특히 ARF는 매년 한·미·일은 물론 중국, 북한, 러시아의 외교장관급 인사들도 참석하는 유일한 회의다.

화상회의이긴 하지만 미·중 양국이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해군 훈련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선 직후에 열리는 회의다. 표면상 공식 의제는 코로나19 공동 대응과 필수 경제인력 이동,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진전 논의 등이지만, 첨예한 현안은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다.

중국과 직접 갈등을 빚는 인접 아세안 4개국(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은 물론 항행의 자유 작전을 이끌며 대리전을 벌여온 미국이 가세해 중국에 공세 수위를 높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유권) 주장은 완전히 불법”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에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에서 “중국은 주권과 안전을 지킬 능력이 있다”며 반박했다.

중국은 하이난 섬 남쪽 파라셀 제도(시사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난사군도) 전체와 이를 둘러싼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의 메시지는 연대와 공조를 통한 다자주의 회복”이라며 “남중국해 문제도 언급은 되겠지만, 화상회의여서 특정국을 비판하거나 몰아세우는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남중국해 상공에서 비행의 자유 및 평화적 분쟁 해결 원칙을 담은 원론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을 끌어 당기는 모습.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을 끌어 당기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나 미·중은 최근 양자 대결을 넘어 우군 확보 경쟁을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번 아세안 회의에서도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아세안 회의 참석을 알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노력과 투자를 강조하겠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미·일·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쿼드)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등을 더한 집단안보 체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회의 기간 중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비건 부장관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다. 지난달 22~23일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의 방한으로 한·미 간 틈새가 벌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남중국해 문제뿐이 아니다. 미국은 올해 대선에서 중국이 전방위로 개입하고 있다는 정치적 공세도 벌이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중국은 올해 미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나라 가운데 가장 대규모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며 "공자학원과 기업·정치인을 통해서뿐 아니라 사이버 영역에서 우리는 정말 엄청난 중국의 거대한 활동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아세안 회의 직전 외교ㆍ국방수장이 코로나19 백신 협력을 앞세워 참가국을 직접 돌며 여론전을 벌였다. 양제츠 정치국원이 한국·싱가포르를 방문한 데 이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유럽 5개국 순방 직후 인도네시아·베트남·파키스탄 외교장관과 화상 회담을 진행했다. 웨이 국방부장도 조만간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북한은 올해 ARF에 참석할지를 의장국에 아직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화상회의여서 평양의 이선권 외무상 대신 베트남·태국 등 북한 대사가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 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유정ㆍ김다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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