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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정승계 의혹, 이제 '법원의 시간'···주요 쟁점 4가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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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1년9개월에 걸친 삼성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고, 이제부터 ‘법원의 시간’이 시작된다.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분식 회계 ▶프로젝트 G 문건 ▶업무상 배임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①합병 목적 ‘승계’ vs ‘경영’

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150쪽이 넘는 이 부회장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주된 동기와 목적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후속 작업 기반 마련에 있다고 봤다. 즉, 합병 비율 산정에도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한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이 합병 TF(태스크포스)를 통해 합병 비율 적정성 조작 및 허위 명분·논리 제시 등을 진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합병 전과 중간, 이후까지 삼성 측에서 부정한 목적에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 골드만삭스 측이나 워런 버핏 등과 논의한 정황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삼성 측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인 경영 활동일 뿐이었다고 반박한다. 합병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을지언정 목적이 부당하지 않고, 그 과정에 불법 또한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혐의 내용.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혐의 내용. [연합뉴스]

②‘프로젝트 G’ 문건, 실체는?

검찰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목적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프로젝트 G(Governance를 지칭)’ 문건을 들었다. 검찰은 이 문건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를 확고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내용이 담긴 ‘승계 계획안’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문건과 계획에 따라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 등이 이뤄졌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 문건은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 및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다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측은 프로젝트 G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및 금산분리 강화 등 당시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선다. 경영권 승계 목적이 아니고, 당시 상황에 대한 경영 활동의 일환일 뿐이라는 취지다.

이복현 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③분식 회계, 기준 위반되나

수사의 시발점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도 재판에서 중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12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업 가치를 2900억원(장부 가격)에서 4조8000억원(시장 가격)으로 부풀렸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콜옵션(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보유 현황 등 주요사항을 은폐해 거짓 공시하는 등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본다. 반면 삼성 측은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수차례 바뀌었고, 회계기준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회계 전문가들의 주장을 내세웠다.

수사 단계에서 삼성 측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분식 회계의 주요 골자는 지분 가치를 과대하게 평가했다는 것인데, 지금은 그보다 수배가 넘는 가치로 평가받는다”며 “이것을 두고 ‘분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④‘기습’ 추가된 배임 혐의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추가된 업무상 배임 혐의도 쟁점 중 하나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라는 목적에 따라 이뤄진 합병으로 인해서 삼성물산 회사와 주주들이 대가로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의 증대 기회를 잃게 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합병으로 인해 삼성물산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익이 생겼다며 배임죄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뉴스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뉴스1]

재판 장기화 불가피 전망

법조계에서는 이같이 복잡한 쟁점들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는 점,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사안을 재판에 넘긴 점, 수사기록이 21만쪽이 넘는 점 등을 들며 법정 공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처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인 만큼 검찰로서도 공소유지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사안 자체가 복잡하고, 양측 입장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법원의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운채·강광우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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