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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직권남용 어려워…군 지휘관이 처벌받을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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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군 미복귀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추 장관의 보좌관이 군 관계자에게 전화해 병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일각에선 추 장관과 해당 보좌관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 "'갑질'은 맞는데…남용할 직권이 없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추 장관이 만일 사적인 일을 보좌관에게 처리하도록 지시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처벌이 가능할까.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추 장관에게 직권남용죄 적용은 어렵다고 한다. 이른바 ‘남용할 직권이 없다’는 논리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의 행사를 방해한 때에 해당한다. 이 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문제는 국회의원이 보좌관에게 어디까지 일을 지시할 수 있는지 권한의 범위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적인 일을 처리하게 부탁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외관상으로도 전혀 관련이 없고 비서에게 아들의 병역 문제를 이야기한 것만 가지고는 직권남용이라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장관이 관련 수사 방해를 목적으로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면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절차 안지킨 軍 지휘관이 처벌 될수도"

앞서 201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LA총영사에게 다스 소송 준비를 시키고 개인 재산관리에 국세청 파견 직원을 동원하는 등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받은 사례도 거론된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가 될 수는 있으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송 지원이나 상속세 절감방안 검토가 대통령으로서 공무원에게 지시할 수 있는 ‘직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추 장관보다는 군 관계자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휴가를 연장해줬다면 직권남용이 적용될 소지가 높아보인다"며 "이 경우 추 장관이 공범으로 엮일 가능성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또 “병가가 연장된 시기가 2017년 5월 대선 직후인 6월로, 여당 당대표의 권한이 막강했다는 점을 감안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인사 불이익을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위협 등을 군 관계자가 느꼈다면 강요죄 성립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사 하면 좌천, 안 하면 영전인데 누가…"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전경.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전경.

관련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은 뒤늦게 수사에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최근 대검찰청에 박석용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와 대검 소속 검찰수사관의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달 인사 전까지 ‘추 장관 보좌관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모 대위의 조사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검찰 내에선 “정권 눈치 보기 바쁜 상황에서 누가 제대로 수사를 하겠냐”며 비관하는 분위기다. 보좌관 관련 진술을 조서에서 누락한 의혹을 받는 박 부부장검사는 이번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으로 영전했고 수사관도 대검으로 발령났다. 반면 수사를 이끌던 양인철 당시 형사1부장은 한직으로 꼽히는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 김남우 당시 차장검사도 사표를 낸 뒤 이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한 검사는 “수사를 안하고 질질 끌면 영전, 수사를 제대로 하면 좌천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받고도 이제 와서 법무부장관 목에 칼을 들이댈 만한 검사가 누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동부지검의 인력 증원 요청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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