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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해고명단 확정, 아시아나 노딜 선언…항공업계 M&A무산 후폭풍 분다

중앙일보

입력

약 10개월 동안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약 10개월 동안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고용 불안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ㆍ합병(M&A)까지 무산되면서 항공업계발 대규모 구조조정이 코앞에 닥쳤다.

약 10개월 동안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이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약 10개월 동안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이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아시아나, 채권단 관리체제로 갈듯

6일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재실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1년 가까이 진행됐던 아시아나항공 M&A는 노딜(거래 무산)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산이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이번 주 중으로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오는 10일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2조원가량의 자금 투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도 이번 주 초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안기금이 지원되면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12월 채권단과 맺은 자율협약을 졸업한 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의 관리 체제에 들어간다. 현재로써는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산은 등은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의 관리가 시작되면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같은 아시아나항공의 조직 개편 작업은 불가피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장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 속에서 각 항공사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최악 시나리오 받아 든 금호그룹 

금호그룹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현산 측에 구주를 팔아 3228억원을 확보해 그룹을 재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다.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교통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금호 측이 기대하는 것은 현산이 계약금으로 낸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산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책임을 두고 치열한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가 산업은행과 벌인 계약금 반환 소송이 10년 가까이 걸렸다”면서 이번에도 결론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유동성 위기 LCC, 실업대란 우려도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화물 없이 여객만으로 독자 생존이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내년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를 버티지 못하는 LCC가 꽤 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각 항공사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869%로 지난해 하반기(353%)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진에어의 부채 비율도 전년 하반기(267%)의 2배가 넘는 592%로 나타났다. 에어부산 부채 비율도 1883.2%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000%p 급증했다. 이 때문에 LCC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 인력 감축 대신 순환 휴직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으며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 여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뉴스1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 인력 감축 대신 순환 휴직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으며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 여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뉴스1

당장 일각에선 통매각 대상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나온다. 매물의 몸집을 줄여 차기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낫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중시되는 항공업의 특성상 자회사의 분리 매각은 매물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간판을 내리고 아시아나항공에 흡수해 규모를 키우는 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재매각을 추진하기 전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약 7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제시한 희망 퇴직 신청기간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 정오까지였고 희망퇴직 신청비율이 계획의 절반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매각 전제 조건인 인력감축의 난항으로 매각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뉴스1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재매각을 추진하기 전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약 7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제시한 희망 퇴직 신청기간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 정오까지였고 희망퇴직 신청비율이 계획의 절반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매각 전제 조건인 인력감축의 난항으로 매각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뉴스1

이스타는 이번주 600여명 정리해고

제주항공과의 M&A 무산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7일 600여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말엔 98명의 직원이 희망 퇴직했다.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예비 투자자에게 투자의향서를 다시 발송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쯤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재매각을 위해 민간 기업과 대형 펀드 등을 접촉하고 있다”면서“하지만 아시아나항공 M&A 무산으로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분리 매각설이 나오면서, 이스타항공은 시장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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