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고 '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길을 막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택시기사 최모(31)씨가 첫 재판에 출석해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최씨의 변호인은 "일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제외하고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6월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하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분간 앞을 막아선 혐의를 받고 있다. 환자 유족은 최씨의 이송 방해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의 폐암 4기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숨진 환자의 아들이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고 글을 올리며 알려졌고, 최씨는 그달 24일 구속됐다.
최씨는 이 사고에 앞서 사설 구급차를 일부러 들이받고 협박하거나, 전세버스·택시·트럭 등을 몰며 접촉사고를 빌미로 2000여만원의 합의금·치료비 등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에게 특수폭행·특수재물손괴·업무방해·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공갈미수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14일 재판에 넘겼다. 최씨 측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씨 변호인은 공판에서 "보험회사와는 대부분 합의를 진행했다"며 "구급차 운전기사와는 합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 대상에 구급차 이송 중 숨진 환자의 유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본 재판의 피해자로 적시되지 않아서다.
유족 측은 지난달 24일 재판과 별개로 최씨의 고의적 이송방해로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환자의 유족이 최씨를 살인과 특수폭행치사 등 9가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최씨의 다음 재판은 이달 23일 열린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