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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추미애 장관, 어느 경우든 사퇴해야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이자리에서도 추 장관은 아들 병가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이자리에서도 추 장관은 아들 병가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아들 휴가특혜 녹취록 공개돼..추미애 장관 거짓말 드러나 #조국 사태처럼..정권 핵심의 반칙과 특권에 배신감 느낀다

1.
남자들이 군대 문제만 나오면 민감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창 나이에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가 불공정입니다. 어딜가나 ‘열외’라고 하는 특혜가 존재합니다. 특혜에는 늘 배경, 속칭 빽(Back)이 있게 마련이죠. 징병제라 싫어도 간 군대이기에, 그곳에서 당하는 차별은 사회에서보다 훨씬 서럽습니다.

그래서 지난 연말 인사청문회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예비역들은 이미 마음 속으로 결론을 내렸을 겁니다. ‘엄마 빽’이라고. 요즘엔 ‘엄마 찬스’라더군요.

2.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특혜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 (2일) 신원식 의원(미래통합당)이 공개한 녹취록이 결정적입니다.

당시 휴가담당 행정업무를 맡았던 대위가 ‘추 장관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와 병가 연장을 문의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대위는 ‘(국회 일을 도와야하는) 보좌관이 굳이 왜 이런 일을 하냐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담당 부대장도 같은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3.
사건은 단순합니다.
추 장관 아들은 카투사 복무중 무릎이 아파 병가(10일)를 연거푸 두 번이나 사용하고도 부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대신 추 장관(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보좌관이 부대로 전화해 담당 대위에게 3차 병가를 요청했습니다.
대위는 ‘3차 불가 원칙’을 설명한 다음 상급자인 중령에게 보고해서 ‘개인휴가 4일을 대신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23일 휴가입니다.

4.
군에서 아프면 더 서럽죠. 부대내 의료지원도 부실합니다. 따라서 병가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추 장관 아들의 경우 두 차례 병가와 관련된 서류가 전혀 없어서 문제입니다. 병가의 근거가 되는 진단서류도 없고, 병가를 보낸다는 명령서도 없고.
국방부장관은‘행정 착오’라고 하는데..역시 황당합니다. 군에서 사람이 없어지는 건 ‘탈영’이라는 심각한 범죄이기에 그냥 행정착오로 벌어질 일이 아니죠.

5.
엄마 추미애의 모정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 추미애는 엄연히 다릅니다.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문제이지만 거짓말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해왔습니다. 바로 어제 ‘보좌관이 전화한 사실도 없다’고 했는데, 오늘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분명 거짓말입니다.

6.
일제히 엄호에 나선 여권도 문제입니다.
‘아파서 안가도 되는 군대인데 엄마 때문에 갔다. 오히려 칭찬해야 한다’(설훈 의원)는 그냥 억지입니다. 병약한 부적격자를 받은 군대가 잘못했네요. 입영비리입니다.
‘(인사검증 당시) 적격이라 판단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질 것’(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란 말도 무책임합니다.

7.
추 장관이 정치인으로 택할 선택지는 두 가지로 보입니다.

하나. 아무 문제가 없을 경우, 공정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면서 장관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법무부장관 자리에 앉아 있으면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기에 물러난다며..

둘. 문제가 있을 경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장관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모두 내 책임이니 순진한 군인들에겐 선처를 바란다며..

8.
무자식이 상팔자인가 봅니다.
박근혜 탄핵의 절반은 최순실의 딸 책임이라더니, 촛불 정권에서도 조국의 딸과 추미애의 아들이 문제를 일으키네요. 자식사랑은 공사구분하기 힘든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촛불정권의 핵심들 역시 반칙으로 특권을 누려온 기득권이라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촛불 정권이라고 도덕성에 면죄부가 주어진 것은 아닙니다. 집 한 채라고 도덕적인 것도 아니듯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