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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구석기 유물 1000점···군부대 유휴부지 박물관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10년째 창고에 방치 중인 세계적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같은 구석기 유물 1000여 점을 전시할 작은 박물관이 필요합니다.”
원로 고고학자 최무장(80·고고학 박사) 전 건국대 박물관장이 평생 수집한 구석기 유물 1000여 점이 전시 공간이 없이 창고에 10년간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연천 지역 시민단체가 박물관 유치운동에 나섰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1일 “연천 임진강·한탄강 일대에서 발견한 소중한 다량의 구석기 유물이 전시 공간이 없어 창고에 보관된 안타까운 현실을 시민들이 팔을 걷고 나서 해결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전익진 기자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전익진 기자

"군부대 유휴부지에 전시공간 조성"   

그는 이에 지난달 30일 연천군이 시행 중인 ‘미활용 군부대 유휴부지 대상 공익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선사(先史) 박물관 조성 방안을 제출했다. 연천군은 관내 미활용 군부대 유휴부지 3곳에 대해 군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의견을 지난달 말까지 수렴했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 및 문화·여가 등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는 다양한 공익적 공간 창출을 꾀하기 위해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이 대표는 '최무장 박사와 함께 하는 연천선사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다. 대상지는 군부대 유휴부지인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196번지 일원 4만1181㎡이다. 이곳에 연천선사박물관을 건립하면 인근에 조성되는 제3 국립현충원과 함께 연천군 북부 접경지역의 균형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소개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소개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연천군과 민간 전문가가 힘을 모아 전시, 교육, 연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운영방식은 연천군이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고, 교육과 일부 지원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민간 전문가인 최무장 박사는 전시와 연구 분야를 맡아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역사문화 관광, 체험학습 공간 기대”    

제안자인 이석우 대표는 “구석기 유물 전시와 함께 최무장 박사가 고고학 강좌를 열고, 초중고생 등 대상 구석기 체험학습을 병행하게 되면 구석기 역사문화관광에 더불어 체험학습공간으로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외날 찍개, 양날 찍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왼쪽부터). 전익진 기자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외날 찍개, 양날 찍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왼쪽부터). 전익진 기자

최 박사는 “작은 선사 박물관을 임진강·한탄강 주변에 열어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연천 임진강·한탄강 일대의 다양한 구석기 유물을 널리 알리고 싶은 게 생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10년째 고고학을 연구하고 책을 쓰는 틈틈이 연천군 임진강과 한탄강 주변 지역 일대 폐교 부지 등지를 둘러보거나 지역 유지들을 만나 왔다. 조그만 선사 박물관을 운영할 자리가 있나 물색하기 위해서다.

최 박사, 임진강변의 구석기 유적지 발견  

최 박사는 1996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 구석기 시대 유적지를 발견했다. 이 유적지는 연원이 3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국대 박물관장이었던 그는 농경지에서 찍개, 긁개, 찌르개 등 전기 구석기 유물 130여 점을 발굴했다.

그는 임진강 일대에서 후기 구석기시대(3만5000~1만년 전) 유물도 다량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기(20만~30만년 전)와 중기(8만5000~3만5000년 전)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진 임진강 일대가 후기 구석기 유적지로도 새로운 조명을 받게 했다.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구석기 유물이 창고에 10년째 보관돼 있는 모습. 전익진 기자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구석기 유물이 창고에 10년째 보관돼 있는 모습. 전익진 기자

임진강·한탄강 구석기 유물 알려야  

50여년간 임진강·한탄강 일대에서 구석기 유물을 조사하고 연구해온 최 박사는 그동안 학술연구 및 발굴, 지표 조사 외에 개인적인 지표 탐사 과정에서 채집한 1000여 점의 구석기 유물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 희귀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비롯해 외날 찍개, 양날 찍개, 긁개, 새김돌, 몸돌 등 다양한 석제 생활도구(타제 석기) 들이다. 신석기·청동기·철기시대의 마제 석기, 빗살무늬 토기편, 창끝, 석검, 화살촉, 어망 추, 철제 외날 칼 등 삼국시대 이후 역사시대 유물 300여 점도 있다.

최 박사는 앞서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에 조그만 민간 선사 박물관을 만들어 운영했었다. 자신이 채집하고 수집한 선사시대 유물과 역사시대 유물을 전시했다. 하지만 인근에 소총 사격장이 들어서면서 10년 전 박물관 문을 닫았다. 이후 인근 동두천시 창고에 유물을 보관 중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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