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약사법, 의약계간 형평 논란

중앙일보

입력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입법예고한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의 일부 행정처분 조항 등이 의사-약사간 형평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내용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공포된 개정 약사법 제23조에는 처방전 내용이 확실치 않을 경우 약사는 발행한 의사에게 내용을 분명히 확인한 뒤 처방약을 조제토록 규정돼 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약사법개정안의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약사가 이 조항을 어길 경우 1차 15일, 2차 1개월의 자격정지에 이어 3차 적발시에는 면허취소 처분을 받는다.

이에 반해 현행 의료법에는 약사의 처방전 문의에 대해 의사가 그 내용을 확인해줘야 한다는 명시적 의무조항이 없어 법형평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실제로 약사가 처방전의 의심가는 부분을 확인하면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나 사무원이 전화를 받아 응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렇게 되면 약화 사고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약물오남용 억제라는 의약분업 취지도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약사가 진단을 목적으로 환자의 환부를 들여다보는 행위를 금지한 조항(시행규칙 제57조) 의 경우, 약사의 의무 사항으로 규정된 복약지도와 상충되는 의미가 있고 처방전없이 가능한 일반 의약품 판매시 환부를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 등에 비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개설자와 약국 개설자가 배우자, 부모, 형제, 자매, 자녀, 자녀의 배우자이고 일정 기준 이상의 처방전이 몰릴 경우 담합으로 간주하는 조항(시행령 제35조) 에 대해서도 실제로 담합 사례가 많은 `형제나 자매의 배우자'가 규제 대상에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이미 공포된 개정 약사법과 입법예고중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약계간 합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라면서 "따라서 당장은 의료법의 관련 내용을 보완, 의사가 약사의 처방전 확인에 응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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