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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한반도 상륙하는 태풍 숫자는 줄어도 세력은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전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마이삭'의 모습. 천리안위성 2A호가 촬영했다. 자료: 기상청 홈페이지

1일 오전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마이삭'의 모습. 천리안위성 2A호가 촬영했다. 자료: 기상청 홈페이지

21세기 들면서 한반도에 직접 상륙하는 태풍 숫자는 줄고 있지만, 강도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태풍센터 1971~2018년 태풍 분석 #2000년 이후 빈도는 감소, 강도는 증가 #여름에 내습하는 태풍이 많아진 탓 #21세기 말 태풍 강도는 2~11% 증가

또 태풍의 이동 경로가 점차 남동쪽으로 치우치면서 남해안 지역에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기상청 국립태풍센터는 올해 초 발간한 '태풍 분석 및 예측 기술' 보고서에서 1971~2018년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과 직접 상륙한 태풍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풍속에 대한 피해강도 풍속에 대한 피해강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풍속에 대한 피해강도 풍속에 대한 피해강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반도에 영향 주는 태풍 연평균 3.2개

자료:국립태풍센터

자료:국립태풍센터

최근 48년 동안 북서 태평양에서는 연평균 25.9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한반도에는 연평균 3.2개가 영향을 줬다.

평균 3개 이상의 태풍이 발생하는 달은 7월(4개), 8월(5.4개), 9월(5개), 10월(3.6개)로 이 4개월(7∼10월) 동안 발생한 태풍의 수가 전체 태풍의 약 70% 이상을 차지했다.

계절별로는 여름(6~8월)에 발생한 태풍이 43.2%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가을(9~11월) 41.9%, 봄(3∼5월) 8%, 겨울(12∼2월) 6.9% 순이었다.

자료; 국가태풍센터

자료; 국가태풍센터

전체 태풍의 발생 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남한 지역에 상륙한 태풍 수는 연평균 1개 정도다.

여름철에 다가오는 태풍 늘어

2002년 한반도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루사. 미 항공우주국(NASA)

2002년 한반도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루사. 미 항공우주국(NASA)

자료; 국가태풍센터

자료; 국가태풍센터

국립태풍센터는 특히 1971년부터 2000년대 초반의 상륙 태풍의 빈도는 평년과 비슷하지만, 2000년∼현재까지의 빈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상륙 직전에 측정한 태풍의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의 연평균은 2000년부터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강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 국립태풍센터

*자료; 국립태풍센터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상륙 태풍이 없었던 해가 많기 때문에 그 경향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우리나라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강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여름철에 한반도 영향을 준 태풍 숫자가 201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숫자의 5년 이동평균을 보면, 2000년 후반에 들어서 추세가 많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전체 태풍의 발생 수는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만, 여름철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수는 2010년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태풍이 비상구역에 진입하면(즉, 한반도에 접근하게 되면) 이동속도가 증가한다"며 "비상구역 진입했을 때 8월에는 이동속도가 가장 느리고 9∼10월에는 이동속도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여름철 태풍이 가을철 태풍보다 느리게 이동하고, 그에 따라 그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태풍의 이동속도는 보통 전향할 때, 즉 방향을 바꿀 때 가장 느리고, 전향 후에는 편서풍의 흐름을 따라 빨라지게 된다"며 "태풍의 이동속도가 느리면 정체 시간이 길어져 결국 그 피해는 크게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태풍 한반도 남동쪽에 집중

2016년 10월 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의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주민과 공무원,군장병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10월 9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대우마리나아파트의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주민과 공무원,군장병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료; 국가태풍센터

자료; 국가태풍센터

남한에 상륙하는 태풍의 경로는 점점 남동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남해안 권역이 강력한 태풍의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고, 이 지역의 피해도 커진다는 의미다.

이는 태풍이 북서 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특성과 관련 있다.
일반적으로 7월과 8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확장하고 9월과 10월엔 수축해 한반도에서 멀어진다.

이에 따라 7∼8월엔 태풍이 서해안으로 진입해 한반도 서쪽에 영향을 주는 등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빈도가 9∼10월에 비해 높다.

10월에 영향을 준 태풍의 경우 대체로 제주도와 경남지방 그리고 부산을 통과해 재산 피해와 인명피해를 키운다.

지난해엔 7개나 한반도에 영향 

자료; 국가태풍센터

자료; 국가태풍센터

지난해에는 북서 태평양에 총 28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이 중 7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전체 태풍은 평년(1981~2010년 평균)에 비하면 2.4개가 더 발생했고, 특히 11월에는 평년 2.3개보다 3.7개가 더 많은 6개가 발생했다.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또한 평년(3개)보다 4개나 더 많았다.

이와 관련해 국가태풍센터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태풍 시즌의 대기 환경은 평년과 비교해 뚜렷한 특징은 보이지 않았으나, 11월의 대기 환경은 태풍이 발생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자료: 국가태풍센터

자료: 국가태풍센터

보고서는 또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치우쳐 발달한 탓에 한반도와 한반도 동쪽으로 고기압의 세력을 지배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한반도 영향 태풍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동쪽 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1.5도 높게 유지되면서 이 해역에서 상승 기류가 강하게 발달했고,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인 일본 부근에서는 하강기류가 발생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1세기 말까지 태풍 강도 최대 11% 증가 

자료: 국가태풍센터

자료: 국가태풍센터

기후변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진행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전 지구적으로 태풍의 발생 빈도가 많이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태풍 강도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3년 발표한 기후변화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차 보고서에서는 금세기말 전 지구적으로 태풍의 발생 빈도가 늘지는 않겠지만, 태풍 강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또, 해외 연구팀이 진행한 수치 모델에 의한 추산 결과에서도 2100년까지 태풍 강도 증가율이 2∼11%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국립기상과학원 역시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 온도 상승으로 21세기 말(2079∼2100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태풍 강도가 지금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보고서는 "향후 점차 강도가 강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강도 또한 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태풍 이렇게 대비하세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태풍 이렇게 대비하세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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