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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反푸틴' 활동가 스쿠터 괴한에 습격, 피투성이 얼굴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유명 블로거이자 반(反)푸틴 활동가인 예고르 주코프(22)가 지난 30일(현지시간)모스크바 자택 근처에서 얼굴 등을 구타당했다. 앞서 반 푸틴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문의 독극물 중독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지 10일 만의 일이다.

31일(현지시간)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주코프는 30일 밤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괴한 둘에게 머리와 얼굴을 얻어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코프가 구타당한 사실은 그의 동료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며 알려졌다.

반 푸틴 운동가인 예고르 주코프가 괴한들에 의해 공격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반 푸틴 운동가인 예고르 주코프가 괴한들에 의해 공격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코프 측 대변인은 "그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집에 있다"면서 "검사 결과 심각한 뇌 손상·출혈은 없었지만 힘든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주코프가 공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말에도 집 근처에서 폭행을 당할 뻔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경찰은 폭행 현장에서 스쿠터를 타고 도망쳤다고 진술한 가해자들의 신원을 확인해 구속하겠다면서 공개수사에 착수했다. 만약 폭행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가해자들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러시아 크렘린 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누가 주코프를 때렸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코프 공격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법에 따라 확인되고 처벌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페스코프 대변인은 주코프에 대한 공격과 알렉세이 나발니의 상황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푸틴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여행 중에 차를 마시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코프에 대한 공격을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이 잔인하고 비겁한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빨리 법의 심판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지는 주코프는 지난해 7월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지휘하는 것을 도운 혐의로 체포돼 한 달간 수감된 적도 있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 1300여 명을 체포했고 일부는 4~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WP는 "주코프는 박해를 받으면서 추종자가 더 많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년 전 10만명에서 현재 22만6000명까지 늘었다. 유튜브 누적 조회 수도 1700만 건을 넘겼다.

러시아의 유명 블로거이자 반(反)푸틴 활동가인 예고르 주코프[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유명 블로거이자 반(反)푸틴 활동가인 예고르 주코프[AFP=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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