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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국민의힘..이름이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수민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이 31일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당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열린 비대위에서 최종 후보안으로 "국민의힘"을 선정했고 오는 9월 2일 전국위원회에 상정한다. [뉴스1]

김수민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이 31일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당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열린 비대위에서 최종 후보안으로 "국민의힘"을 선정했고 오는 9월 2일 전국위원회에 상정한다. [뉴스1]

30년간 보수당의 이름바꾸기..정략적인 차원에 그쳤다 #개명만 하고 진정성 있는 혁신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1.
국민의힘..다소 파격이라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내놓은 새 이름입니다. 젊은 브랜딩전문가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국민공모해 내놓았습니다.
애초 당내에선 한국,자유,공화 등 전통의 보수성향 단어를 많이 얘기했는데 막상 공모해보니 ‘국민’이란 단어가 가장 많았답니다.
‘국민’이 좀 덜 보수적, 덜 이념적인 느낌이긴 합니다.
이름을 개봉하자마자 여권 지지자 중심으로 여러 비아냥이 쏟아집니다. 그건 언제나 있는 프레임 싸움, 흠집내기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게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냐..는 점입니다.

2.
정당이 이름을 바꾼다는 건 나름의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겠죠.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 이후 지금까지 보수정당은 6번 이름을 바꿨습니다.
문제는 대통령 혹은 대권후보의 개인적 이해가 결정적이었다는 점이죠.

1990년 민정당이 민자당으로 바뀌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합친 3당 통합의 결과입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중간평가(임기중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물러난다)’ 공약을 지키지 않기 위해 던진 꼼수였습니다.
통합으로 과반의석을 넘기자 중간평가는 슬그머니 사라졌죠.

민자당이 1995년 신한국당으로 바뀝니다.
이번엔 김영삼 대통령의 작품이죠.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대통령 인기도 시들해지자 다음해 총선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역사바로세우기’란 승부수를 던집니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한다’며 전두환ㆍ노태우를 모두 감방으로 보냅니다.
다음 총선에서 압승합니다.

신한국당이 1997년 한나라당으로 바뀌게 된 것은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의 대선전략. IMF로 추락한 현직 김영삼 대통령과 차별화 작업입니다.

한나라당이 2012년 새누리당으로 바뀐 것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비리투성이 현직 이명박 대통령과 단절하는 과정이었고요.

이후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으로 개명이 잦아진 것은 박근혜 몰락 이후의 방황입니다.

3.
당명을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진짜로 당이 바뀌어야 합니다. 선거용 분칠이라면 유권자를 속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사실 노태우나 김영삼 당시 개명엔 상당히 관심이 높았습니다. 당시엔 실제로 큰 변화가 느껴졌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정치국면은 출렁거렸지만 당은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회창과 박근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4.
이번 개명은 과연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요.
현재로선 회의적입니다. 과거보다 사정은 더 절박한데 동력은 약해 보입니다.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은, 이젠 진짜 변화와 혁신이 아니면 안통한다는 점입니다. 보수의 혁신은 너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더이상 꼼수나 겉치레에 속아넘어갈 국민이 아닙니다.

동력이 약해보이는 것은 대권후보가 없어서 입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성패는 결국 보수혁신을 끌어갈 대권후보를 찾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의힘..브랜딩은 차기 대권후보의 몫입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