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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텅 비고, 도시락 매출은 급증"…직장인 점심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후 첫 맞이한 평일 점심시간. 광화문역 인근 지하식당가엔 사람들이 줄었다. 김지아 기자

31일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후 첫 맞이한 평일 점심시간. 광화문역 인근 지하식당가엔 사람들이 줄었다. 김지아 기자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가지 말라는 회사 지침이 있어서 단체로 도시락을 시켜먹었어요."

서울 광화문의 직장에 다니는 김지호(28)씨의 말이다. 3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된 후 첫 평일을 맞았다. 이날 정오쯤 평소 직장인들로 붐비던 광화문 일대 식당가는 썰렁했다. 재택근무로 회사에 나오지 않는 직장인이 늘었고, 출근을 해도 김씨처럼 사무실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광화문역 일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포장해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고 있다. 이우림 기자

서울 중구 광화문역 일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포장해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고 있다. 이우림 기자

회사원들,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

31일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후 첫 맞이한 평일 점심시간. 광화문역 인근 지하식당가엔 사람들이 줄었다. 김지아 기자

31일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후 첫 맞이한 평일 점심시간. 광화문역 인근 지하식당가엔 사람들이 줄었다. 김지아 기자

광화문 일대 일부 식당은 상가 복도까지 식탁과 의자를 내놨지만 앉는 사람은 없었다. 손님이 절반 이상 찬 식당을 찾기도 어려웠다. 인근 한 식당은 “코로나로 꼬막비빔밥 1000원 할인 포장”이라는 안내문을 문 앞에 붙였다. 또 다른 식당은 “6일까지 자진해서 당분간 휴업하고자 한다”며 아예 문을 닫았다.

이날 많은 직장인은 음식을 포장해 사무실 안에서 먹거나 배달을 통해 식사를 해결했다. 도시락 업체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인근 한 도시락 업체는 점심시간에 배달할 도시락 수십 개를 싸느라 분주했다. 도시락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배달기사 이모(23)씨는 “주문이 밀려 눈코 뜰 새가 없다. 1~2주 전과 비교하면 1시간에 주문이 20~30개 정도는 더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김지호씨는 이날 초밥을 회사로 배달시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김지호씨 제공]

직장인 김지호씨는 이날 초밥을 회사로 배달시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김지호씨 제공]

도시락업체, 코로나 특수로 매출 급증
일부 회사는 구내식당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타워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조식, 중식, 석식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3월부터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점심 시간에 1200명 정도 되는 직원들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와 앉으면 감염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일주일 단위로 신청을 받아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식 도시락 브랜드 ‘본도시락’의 매출은 최근 크게 상승했다. 수도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높아진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매출이 전주 대비 26.2%가 증가했다. 지난 26일 하루 매출 약 6억 7000만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하루 매출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일반식당·카페는 썰렁, 김밥집은 북적

일반 식당가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지만, 포장이 쉬운 김밥집엔 사람들이 몰렸다. 배달을 하기 위한 배민커넥트, 배달 기사들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김지아 기자

일반 식당가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지만, 포장이 쉬운 김밥집엔 사람들이 몰렸다. 배달을 하기 위한 배민커넥트, 배달 기사들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김지아 기자

포장이 쉬운 김밥집이나 샐러드 집에도 직장인들이 몰렸다. 김밥집 앞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8)씨는 “회사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팀원들 점심식사를 포장해 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며 “회사에서도 이를 권장하고 있고, 직원들 역시 밖에서 먹기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 김밥집엔 배달 주문을 받고 온 배민커넥트 아르바이트생과 배민라이더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고 있는 A씨는 이날 팀원들이 먹을 샐러드를 포장해 사무실로 다시 돌아갔다. 김지아 기자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고 있는 A씨는 이날 팀원들이 먹을 샐러드를 포장해 사무실로 다시 돌아갔다. 김지아 기자

착석이 금지된 프랜차이즈 카페는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 12시 30분쯤 한 카페엔 직원 6명이 있었지만, 10분간 손님은 단 한명뿐이었다. 대신 테이크아웃 전용 커피가게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직장인 김승철(34)씨는 “카페에 가도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니까, 비싼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실 필요 없이 가격이 싼 테이크아웃 전용 커피 가게에 왔다”고 했다.

30년 된 ‘맛집’, "손님 끊겨…IMF보다 어려워"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46년간 장사를 이어온 김치찌개집. 평소엔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날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지아 기자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46년간 장사를 이어온 김치찌개집. 평소엔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날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지아 기자

배달이나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오래된 식당들은 난처한 표정이었다. 서소문동에서 46년 동안 자리를 지킨 김치찌개집을 이어받아 운영 중인 강기수(50)씨는 “손님들이 작년대비 30%밖에 안 오고 있다”며 “정부에선 최대한 배달을 하라고 하지만, 우리집에서 파는 찌개류나 곱창 등은 갑자기 배달하기도 어렵고, 당장 배달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평소 이 식당엔 11시 30분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지만 이날은 대기인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사회적거리두기2.5단계 격상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한 식당은 포장손님들에게 할인 판매를 하기로 했다. 김지아 기자

사회적거리두기2.5단계 격상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한 식당은 포장손님들에게 할인 판매를 하기로 했다. 김지아 기자

30년 동안 한식당을 운영 중인 한모(62)씨 역시 “평소 점심에 80인분씩 팔았는데 요즘엔 30인분도 못팔고 있다”며 “‘IMF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힘들다. 우리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비싸지 않아 IMF 금융위기 때도 손님이 줄지 않았는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한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주머니도 이미 자른 상태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들어설 마음의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 몇 개월은 버텨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0일 시행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는 다음날 6일까지 이어진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수도권 일반음식점은 오후 9시부터는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선 포장 주문만 할 수 있다.

김지아·이우림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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