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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때리던 靑…비서관은 갭투자로 집 팔려다 못팔고 나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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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은 다주택자가 한 명도 없어졌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을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교체하면서다.

여현호 비서관이 한겨레 논설위원이던 2015년 '법원, 국민으로부터 듣다' 좌담회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현호 비서관이 한겨레 논설위원이던 2015년 '법원, 국민으로부터 듣다' 좌담회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 비서관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청와대 다주택 논란과 관련해 마지막까지 집을 팔지 못한 사람이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실거주하는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팔라”고 했을 때 당시 청와대 다주택자는 20명에 달했다. 7월 말에는 8명으로 줄었다. 국민소통수석실을 통해 “8월 말이면 다주택 제로가 된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ㆍ송파 아파트를 팔지 않고 청와대를 떠났다.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도 교체됐다. 지난 14일 청와대가 “마지막 2명이 처분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을 때 여 비서관과 황덕순 일자리수석(충북 청주 서원 2채, 흥덕 1채)만 남았다. 그리고 황 수석이 집을 정리한 뒤 여 비서관만 다주택자로 남은 상황이었다.

마감 시한을 6일 앞둔 25일 노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달 말에는 아마도 비서관급 이상에서 다주택자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 비서관을 압박했다. 그러나 여 비서관은 결국 집을 팔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 비서관이 매도가를 계속 내리는 등 노력을 했지만, 결국 서울 마포 아파트를 매각하지 못했다”며 “여 비서관이 결국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여 비서관의 교체 배경이 결국 다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뜻이다.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신고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신고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 신고 목록에 따르면 여 비서관은 경기도 과천 아파트와 서울 마포 공덕동 아파트 등 2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과천 아파트는 재건축 중으로, 입주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여 비서관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포 아파트와 관련한 재산 공개 비고 항목에 “(과천) 아파트 입주 시점에 매매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노 실장이 매도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8월 말은 여 비서관의 당초 계획보다 4개월 빠르다. 다주택 문제를 해소하려면 집을 당장 팔아야 하지만, 여 비서관이 집을 팔면 당장 머물 곳이 없어진다. 과천 아파트 입주 때까지 몇 달 간 지낼 단기 월세 등을 얻어야 한다. 여 비서관은 이 때문에 마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살던 집에 그대로 전세로 머무는 조건의 ‘전세 낀 매도’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자기 집을 사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6ㆍ17 부동산 대책으로 3억 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 기존 전세 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조치가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됐다. 이 조치로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던 갭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현 정부는 갭투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갭투자로 내놨던 여 비서관의 집도 팔리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 비서관은 마포 아파트 전용 84㎡ 집을 13억 5000만원에 내놨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동일 평수 아파트는 10여건이다. 여 비서관이 내놓은 가격은 최고 호가인 14억원보다는 5000만원가량 싸다. 다만 가장 낮은 13억 3000만원(1층)보다는 다소 높다. 지금까지 해당 평수 아파트가 가장 비싸게 팔렸던 실거래가는 지난달 11일 기록했던 13억 3000만원이다.

공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전세 계약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서 입주 시기가 너무 늦춰질 경우 통상 시장가보다 싸게 거래된다”면서도 “계약과 이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보통 4~5개월 정도는 시장가와 비슷하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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