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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맥족’부터 ‘배짱’ 영업까지…사회적 거리두기 ‘얌체족’들

중앙일보

입력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날인 30일 오후 9시 서울 종각역 젊음의거리. 주말임에도 오후 9시를 전후로 음식점들의 불이 꺼져 편의점 간판만 빛나고 있다. 정진호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날인 30일 오후 9시 서울 종각역 젊음의거리. 주말임에도 오후 9시를 전후로 음식점들의 불이 꺼져 편의점 간판만 빛나고 있다. 정진호 기자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밤 9시부터 음식점·술집 등이 문을 닫고 있지만 규제 대상이 아닌 일부 편의점이나 개인 카페 등엔 사람이 북적이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강도높은 방역 조치를 내놨지만 일부 '미꾸라지'같은 얌체족들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편의점·광장에 몰린 '얌체족'  

30일 서울 북창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이 밤 9시가 넘자 테이블에 손님을 받을 수 없어 한산하다. 김상선 기자

30일 서울 북창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이 밤 9시가 넘자 테이블에 손님을 받을 수 없어 한산하다. 김상선 기자

31일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편맥(편의점+맥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속속 올라왔다. 한 여성은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맥주캔이 올려져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술집이 9시에 문을 닫아 간만에 편의점 노상을 했다”고 했다. 한 트위터에는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술을 먹고 있었는데 순간 호프집인 줄 알았다”는 글도 올라왔다.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박모(여)씨는 “이날 손님들이 평소 주말보다 늘어서 바빴다”며 “야외 테이블 점유율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편맥'족의 출현은 자유업인 편의점이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허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도 방역 당국이 모임 취소를 권고하고 있지만, 편의점 앞에서 소규모 모임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부 지침이 없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람이 여럿 모이는 건 상식적으로 안 되는 일지만 (시행 초기라 단속 대상에 대해) 뚜렷한 정리가 안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법률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정부에서 내려온 게 없다”고 답했다.

야외 광장이 있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술판을 벌인 학생들도 있다. 이날 새벽에 서울의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 광장에서 학생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빗발쳤다. 여기엔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 막는다고 술집을 닫았더니 대학생들은 광장에서 술을 먹는다. 장래가 밝다” “노래까지 부른다. 조용히 해달라” 등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방역 사각지대 노린 배짱영업도

30일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 좌석 이용 통제선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 좌석 이용 통제선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매장에서의 취식이 금지됐지만 소규모 업체는 배짱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연남동 등 서울 지역에만 약 7개 매장이 있는 A 커피전문점은 수도권 ‘2.5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 30일 SNS에 “전 지점 오후 9시까지 매장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A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점이기 때문에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업종 구분 없이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자 안에 직영점 형태로 포함된다면 적용 대상”이라며 “누가 봐도 커피전문점으로 보인다면 포장·배달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역 당국의 조치에 허점을 노린 사람들이 늘면서 정부가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영업이 금지된 PC방을 경기도 안성에서 운영하는 A씨는 “전체 ‘셧다운’ 2주를 했어야 한다. 업종에 따라 다 다르질 않나. 애먼 사람만 잡는데 확산세가 줄어들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확산세를 잡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의 지침보다 국민 협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30일 “당국의 강제력과 행정명령으로 국민의 모든 활동을 차단할 수는 없다”며 “국민께서 앞으로 확실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5단계 적용 기간은 지난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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