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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앞둔 대선…트럼프가 애드리브 줄이자 지지율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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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깜짝 상승했다. 전당대회 효과다. 반면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깜짝 상승했다. 전당대회 효과다. 반면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美 민주·공화 전당대회 끝 본격 대선 레이스 #트럼프, 지지율 격차 10%p→6%p로 좁혀 #차별반대 시위, 폭력으로 번지자 '뒤집기' 시도 #애드리브 뺀 연설, 경거망동 싫은 보수 잡아 #"치안 불안,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진 않아"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 전당대회 전후 지지율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상승(bump)’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에 약점으로 작용한 흑인 사망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이젠 유리한 카드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전당대회 ‘깜짝 상승’ 효과 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화당 전당대회 ‘깜짝 상승’ 효과 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공화당 전당대회(24~27일) 개최 전 바이든이 트럼프를 전국 조사에서 10%포인트 앞섰으나 전대 후에는 그 격차가 6%포인트로 좁혀졌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 전당대회(17~20일)를 끝낸 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1%포인트 벌리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컨벤션 효과’를 누렸지만, 바이든 후보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컨벤션 효과는 양당이 각각 나흘간 전당대회를 열어 미디어에 노출되면 그 직후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닝컨설트가 공화당 전대 폐막 다음 날인 28일 투표 의향 있는 유권자 4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지지율은 50%, 트럼프는 44%로 나타났다.

전대 직전인 23일 유권자 48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52% 대 42%로 앞섰다. 전대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지지율을 일부 빼앗아 간 셈이다.

모닝컨설트는 "백인과 교외 거주자들이 바이든에서 이탈해 트럼프에게로 옮겨갔고, 흑인 등 유색인종의 트럼프 지지율은 떨어졌다"고 전했다.

중산층을 상징하는 교외 거주 유권자는 전당대회 전 바이든이 14%포인트 앞섰으나(바이든 54%, 트럼프 40%), 전대를 마친 뒤 바이든의 우위는 8%포인트(바이든 50%, 트럼프 42%)로 확 줄었다.

백인 유권자 지지율은 트럼프가 바이든을 8%포인트(트럼프 51%, 바이든 43%) 앞섰다. 2%포인트 앞섰던 전대 전보다 격차를 벌렸다. 이 가운데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 표는 더 많이 가져갔다. 트럼프 57%, 바이든 36%이다.

반면 히스패닉 유권자는 트럼프가 28%포인트(트럼프 33%, 바이든 61%), 흑인 유권자는 74%포인트(트럼프 9%, 바이든 83%)나 각각 뒤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상승효과는 전대를 계기로 선거 어젠다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심판'론'에서 '인종 차별 시위 격화에 따른 법과 질서론'으로 전환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대가 열린 나흘간 트럼프 대통령과 찬조 연설자들은 흑인 인권 시위가 폭력과 방화, 약탈 사태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 같은 무질서와 범죄를 척결할 수 있는 사람은 바이든 후보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지난 5월 25일 백인 경찰 무릎에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뒤 대체로 평화 시위가 열렸으나,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시카고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가 격화돼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세 아들 앞에서 경찰에 총 7발을 맞은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이 일어난 뒤 폭력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공화당 전대가 한창이던 25일 17세 백인 소년이 시위대 2명에게 총을 쏴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프롬프터를 보면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프롬프터를 보면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AFP=연합뉴스]

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상적인 리더'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특유의 애드리브 본능을 자제하고 정해진 원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70분간 프롬프터를 보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보수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가벼운 입과 트윗질이 못마땅할 뿐,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가 점잖은 모습을 보이면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 공화당은 전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친화적이고,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둘째 딸 티파니 트럼프, 장남의 여자친구 킴벌리 길포일 등 여성 연설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친화적인 리더라고 강변했다.

흑인인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 미 프로풋볼(NFL) 영웅 허셜 워커, 벤 칼슨 주택도시개발 장관,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 법무장관과 인도계인 헤일리 전 대사는 직접 겪어본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출연한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 제작진이 전대 준비에 투입됐는데, 유권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때마침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는 전국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와 맞물려 뉴욕증시는 다시 오르고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민주당의 파상공세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자 중산층의 공포심을 자극해 바이든 후보에 대한 열세를 만회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일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이 일어난 위스콘신주 커노샤시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종차별 시위 관련 지역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28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방화로 불이 난 건물 앞을 국기를 들고 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은 폭동과 약탈, 방화 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28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방화로 불이 난 건물 앞을 국기를 들고 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은 폭동과 약탈, 방화 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폭력 시위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꼭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7일 CNN 앤더슨 쿠퍼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폭력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선거 캠프의 세드릭 리치몬드 하원의원은 NBC뉴스에 출연해 "트럼프는 앞으로 펼쳐진 '바이든의 미국'이 어떤 모습일지를 얘기하는데, 트럼프의 미국은 지금 이런 모습"이라고 말했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폭력 시위를 방조했다고 공격한 데 대한 반응으로 트럼프 책임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춘다고 유권자 표심이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을 캐러밴으로 넘는 불법 이민 문제를 제기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전략을 사용한 전례를 지적하면서다.

조 제페키 민주당 전략가는 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술을 써본 적 있어서 다시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까지 불과 10주를 앞두고 사회 정치적 불안과 긴장, 걱정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 현직 대통령에게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2018년 중간선거는 중산층이 민주당에 표를 주는 바람에 공화당은 하원을 내줘야 했다.

지지율 격차 감소에 긴장감을 느낀 바이든 후보는 온라인 선거운동을 지휘하던 델라웨어 자택에서 나와 오프라인 유세를 펼치기로 했다. 미국 노동절인 9월 7일 이후 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미네소타·위스콘신 등을 방문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격전지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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