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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보밥상'…故김수환 추기경 생전 즐기던 메뉴 레시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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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즐겨 먹었던 밥상차림인 '바보밥상'을 재현해낸 모습. 군위군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즐겨 먹었던 밥상차림인 '바보밥상'을 재현해낸 모습. 군위군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 생가가 있는 경북 군위군이 김 추기경이 생전 즐겨먹던 상차림을 재현한 ‘바보밥상’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군위군, 김 추기경 즐겨먹던 음식 종합 연구 #소고기 시래깃국·고등어구이·3색나물 등… #일반인도 맛볼 수 있게…시범사업 실시 예정

 군위군은 지난해 5월부터 김 추기경을 16년간 보좌했던 김성희 유스티나 비서수녀를 통해 김 추기경이 평소 즐겨먹던 음식 메뉴 등을 연구했다. 김 추기경이 스스로 ‘바보’라고 부르며 자신을 낮춰왔던 점에 착안해 이름이 붙여진 바보밥상에는 밥, 소고기 시래깃국, 고등어구이, 3색 나물, 장떡, 등겨장, 장아찌, 김치 등이 오른다.

 검소한 밥상차림이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가 깃들어 있다. 소고기 시래깃국은 시래기 외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이 없었던 김 추기경을 위해 비서수녀가 영양과 소화를 고려해 소고기를 잘게 다져 만들었다. 고등어구이는 김 추기경이 사제 서품 후 첫 주임신부로 부임한 곳이 안동성당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안동에 간고등어가 유명해서다.

김 추기경이 즐겨먹던 밥상, 레시피는?

 쇠고기 시래깃국을 만드는 데는 무청, 얼갈이배추, 매운 고춧가루, 청양풋고추, 대파, 갈아놓은 쇠고기, 들깨가루가 필요하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집 된장, 밀가루, 들깨가루, 소금, 생강으로 양념을 만든다. 쇠고기 양념에는 마늘, 참기름, 정종, 후추, 소금, 생강이 들어간다.

 만드는 순서는 ①멸치육수를 끓인다 ②무청과 얼갈이배추를 삶아서 우린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위의 양념을 넣고 주무른다 ③갈아놓은 쇠고기는 고기양념을 넣고 잘 저어가며 볶아둔다 ④청양풋고추는 다지듯이 썰어놓는다 ⑤2번의 양념된 시래기에 1번 육수를 붓고 푹 끓인다 ⑥국이 끓으면 대파를 썰어 넣고 한 번 더 끓인 후 그릇에 담아 볶아둔 쇠고기 반 숟가락과 들깨가루를 얹어 상에 낸다 등의 순이다. 기호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게 청양고추 다진 것은 따로 접시에 담아낸다.

 고등어구이 준비물은 고등어, 밀가루, 카레가루(강황가루) 그리고 약간의 식용유 등이다. 고등어 뼈를 갈라 밑간을 조금 한 후 밀가루에 카레가루나 강황가루를 섞어 고등어에 살짝 묻히고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고등어 등 쪽을 먼저 얹어서 구우면 된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즐겨 먹었던 밥상차림인 '바보밥상'을 재현해낸 모습. 군위군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즐겨 먹었던 밥상차림인 '바보밥상'을 재현해낸 모습. 군위군

 3색 나물은 가지, 오이, 호박, 표고버섯, 청·홍풋고추 등을 쓴다. 양념으로 간장, 마늘, 소금, 참기름, 깨소금, 설탕 조금, 후추, 다진 파, 고춧가루, 물엿을 섞어 준비해 둔다.

 가지나물은 가지를 5cm 정도로 잘라 반으로 칼집을 넣은 뒤 김 오른 찜통에 찐다. 적당히 익은 가지를 식혀서 칼집을 따라 찢어준다. 이후 씨를 털어낸 청·홍고추와 파 다진 것, 마늘, 참기름, 국간장, 소금, 깨소금을 넣고 무쳐낸다.

 오이나물의 경우 오이를 길게 4등분해 씨를 제거하고 어슷썰기해 소금에 절인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달군 팬에 볶는다. 표고버섯을 채 썰고 진간장, 설탕, 후추, 참기름으로 양념한 뒤 볶아 식힌 다음 오이와 함께 참기름, 설탕 조금, 깨소금 등을 넣어 버무린다.

 호박나물은 애호박을 길이로 4등분해 최대한 길게 어슷썰기한다. 소금에 살짝 절인 뒤 물기를 제거하고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 없이 볶아 식힌다. 식힌 호박을 진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물엿을 넣고 버무린다.

 마지막으로 장떡 만드는 법은 제철채소를 썰고 된장, 고추장, 밀가루, 다진 풋고추, 다진 마늘, 멸치육수 등을 함께 넣고 버무려 식용유를 두른 팬에 구워 내면 된다.

 군위군은 지역 식당 3~5곳에서 바보밥상 시범사업을 실시해 대중에게도 김 추기경의 밥상을 맛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후에도 군위군은 지속적으로 바보밥상 시리즈를 개발할 예정이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 중앙포토

고(故) 김수환 추기경. 중앙포토

 한편 대구에서 가난한 옹기장수의 막내로 태어난 김 추기경은 4살 때 가족과 함께 군위로 이사해 군위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대구가톨릭대 전신)에 진학할 때까지 약 8년을 살았다.

 군위군은 2018년 3월 군위읍 용대리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2만2810㎡)을 조성했다. 이 공원에는 김 추기경이 어린 시절 살던 집과 추모전시관, 추모정원, 십자가의 길, 평화의 숲, 잔디광장 등이 조성됐다.

군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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