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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선 안될 선에 선 미·중…"남중국해 이러다 진짜 사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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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2. [연합뉴스]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2.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남중국해가 미ㆍ중 갈등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언제 군사적 충돌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양국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중, 남중국해로 SLBM 등 4발 쏴 #“본토 공격하면 미국도 피해 경고” #중 연구소 “영해 12해리 침공 충돌” #미 압박, 중 반발 ‘출구없이 악순환’ #대선 끝나면 미·중 관계 개선될까

2015년 9월 3일 중국 7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각종 첨단 군사 장비가 공개됐다. ‘항모 킬러’로 알려진 대함탄도미사일인 둥펑(DF)-21D를 실은 차량 행렬이 천안문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9월 3일 중국 7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각종 첨단 군사 장비가 공개됐다. ‘항모 킬러’로 알려진 대함탄도미사일인 둥펑(DF)-21D를 실은 차량 행렬이 천안문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군은 지난 26일 남중국해에 미사일 3종 세트를 쏘아 올렸다. ‘항공모함 킬러’ 둥펑(東風ㆍDF)- 21D는 최근 미 함정의 훈련 해역을 겨냥했다. 중국 내륙 칭하이성에서 쏘아 올린 사거리 4000km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6B는 괌에 있는 미 해군 기지와 중국군 훈련 해역을 정찰한 미 구축함에 대한 경고였다. 여기에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ㆍJL)-2A까지 발사했다.

남동중국해 미중 갈등 고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남동중국해 미중 갈등 고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미사일이 군사훈련에서 한꺼번에 발사된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홍콩 명보는 “미국이 중국 본토를 목표로 공격할 경우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중국 둥펑(DF)-26 중장거리 정밀유도 핵탄도미사일. [중앙포토]

중국 둥펑(DF)-26 중장거리 정밀유도 핵탄도미사일. [중앙포토]

긴장 국면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조성한 측면이 있다. 지난달 1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상 훈련이 시작됐다.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훈련에 필리핀과 베트남이 느닷없이 반대 성명을 냈고, 미 해군은 기다렸다는 듯 필리핀에 있던 핵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과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을 동시에 남중국해로 급파했다. 미 핵항모 2대가 함께 남중국해에 나타난 건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조지 위코프 레이건호 함장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동맹들에 우리가 지역 안보에 전념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남중국해에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15~18일 동중국해에서 공중·해상 실기동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트위터]

미국과 일본이 지난 15~18일 동중국해에서 공중·해상 실기동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트위터]

미국의 ‘다음 수’는 정해져 있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4주년에 맞춰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유권 주장은 완전한 불법”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간 유엔을 통한 평화적인 해결 입장을 고수해왔던 미국이었다. 남중국해는 그렇게 ‘화약고’가 됐다.

전장은 계속 확대됐고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전격 폐쇄에 이어 지난 9일엔 미 보건부 장관이 대만을 공식 방문했다.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반발은 거셌다. 연일 정찰기가 떴고 중국군은 대만과 남중국해의 미군을 겨냥한 훈련을 시작했다. 사실상의 무력시위였다. 미국은 계속해서 정찰기를 보내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한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은 미국의 ‘충동적이고 초조함’에 대해 ‘냉정과 이성’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돌 우려도 적지 않다. 베이징대 싱크탱크인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SCSPI)'의 후보(胡波) 박사는 실질적인 충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3가지로 봤다.

우선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ㆍ南沙群島),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ㆍ西沙群島)의 영해 12해리 이내로 미군 함정이 통과하려 하는 경우다. 지난 2018년 9월 미국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USS-Decatur)가 스프래틀리 군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던 중국 란저우(Lanzhou) 함선과 41m까지 근접, 충돌 직전 위기까지 갔다.

 미국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USS-Decaturㆍ왼쪽)가 2018년 9월 스프래틀리 군도로 진입했고 중국 란저우 함선과 41미터까지 근접했다.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SCSPI) 캡쳐]

미국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USS-Decaturㆍ왼쪽)가 2018년 9월 스프래틀리 군도로 진입했고 중국 란저우 함선과 41미터까지 근접했다.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SCSPI) 캡쳐]

양국 관계 악화로 대화 채널까지 다수 끊기면서 충돌 위험성은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다. ‘항행의 자유’를 앞세우는 미국은 남중국해 군도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판단, 500m 떨어진 곳까지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중국 정부는 영해 기준 12해리(22km)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국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국지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군사 신호를 수집하는 미 정찰기의 영해 진입 비행의 위험성도 제기된다. SCSPI가 공개한 항적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 정찰기 P-8A가 하이난 영해 12해리 안쪽으로 비행했다. 석 달 전에 이미 미 정찰기가 중국 영공 내로 들어온 셈이다.

최근 며칠간 미 정찰기가 중국의 진입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다. 후 박사는 “아직 미군이 작전 전환, 병력 배치 변화 등 남중국해에서 큰 싸움을 벌이려는 조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미군이 난사나 시사군도의 영해로 들어오려 할 경우 반드시 반격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SCSPI가 공개한 항적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 해상초계기 P8A가 하이난 영해 12해리 안쪽으로 비행했다.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SCSPI) 캡쳐]

SCSPI가 공개한 항적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 해상초계기 P8A가 하이난 영해 12해리 안쪽으로 비행했다.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SCSPI) 캡쳐]

저우보(周波) 칭화(淸華)대 전략안전연구원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바이든 후보를 물리칠 최후의 수단으로 중국에 맞설 가능성이 있다”며 “아무도 원치 않는 남중국해의 군사적 갈등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위치한 피어리 크로스 환초(중국명 永署礁). 중국은 이 곳에 활주로와 항만 시설을 닦아 군사기지로 만들었다는 말을 듣는다. [남해연구논단망 캡처]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위치한 피어리 크로스 환초(중국명 永署礁). 중국은 이 곳에 활주로와 항만 시설을 닦아 군사기지로 만들었다는 말을 듣는다. [남해연구논단망 캡처]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동맹국·우호국들과 결속하고 있다”며 “헌법이 아닌 공산당이란 조직을 위한 군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3일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바이든은 대선 공약 정책 강령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삭제했다. 미국의 다음 수순은 뭘까. 일각에선 미군이 남중국해 먼바다에서 훈련을 가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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