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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병 마친 남편, 격리물품 자비로 사라니" 분노의 청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인천시 계양구 육군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열린 동명부대 23진 환송식에서 부대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인천시 계양구 육군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열린 동명부대 23진 환송식에서 부대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1년여간의 해외 파병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는 군인들이 자가격리 물품을 지원받지 못해 자비로 충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외파병 임무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군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레바논에 파병을 가 있는 동명부대(레바논 평화유지단) 대원의 아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10개월의 주어진 임무 기간이 끝나고 (남편이) 고국으로 돌아올 날이 됐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돌아오는 날이 1개월 연장됐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시류였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작성자는 그러면서 “온 가족이 만날 그 날에 대해 기쁘게 이야기하던 지난날, 가족이 갑자기 저에게 부탁을 하더라. ‘자가격리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체온계나 마스크ㆍ비상식량 등 보통 지자체나 시민단체에서 배부하는 자가격리 생필품을 직접 사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자가격리자들이 스스로 구호품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어떠한 뉴스에서도 보지 못했다”면서 “동명부대원들이 돌아와 자가격리를 하게 되는 지자체에서 ‘지자체의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구호품을 제공할 수 없고, 또한 코로나19 관련 검사도 제공할 수 없어서 2차례에 해당하는 검사를 경기 성남 수도병원과 대전 국군병원에 직접 가서 해야 한다더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구 육군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열린 동명부대 23진 환송식에서 부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구 육군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열린 동명부대 23진 환송식에서 부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그는 “오랜만에 서럽게 울었다”며 “나라의 중요한 외교적 임무를 훌륭하게 마치고 돌아온 우리 대한민국 군인들은 어떤 국민인 거냐. 그저 소위 ‘바이러스 덩어리’들인 거냐. 이런 기본적인 대우조차 배제되고 부당함에 아무 말 못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군인이고 군 가족이냐”고 반문했다.

작성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ㆍ국방부 장관을 향해 “국군 통수권자의 명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하달받은 대로 해내려고 노력하는 게 군인들”이라며 “그리웠던 고국으로 돌아오는 23진 및 다른 파병 부대원들에 대한 사후관리 처리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후 국방부는 “해외파병 복귀자는 자가격리가 원칙이고, 자가격리 구호품은 각 지자체에서 지원한다”며 “방역물품(체온계·마스크 등)은 모든 지자체에서 공통으로 지급한다”고 반박했다. 또 “식품 키트(라면·햇반·생수 등) 지급 여부는 지자체별로 다르다”며 시민이 아니고 군인이라는 이유로 식품 키트를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별로 자가격리 해외입국자에 제공하는 물품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청원에는 30일 오전 9시 기준 약 1만7300명이 동의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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