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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강철비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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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 2: 정상회담’은 평화 회담 직전의 한반도를 그린다. 여기서 남한의 대통령 한경재(정우성)는 북한의 조선사 위원장(유연석)과 미국의 윌리엄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데, 이 상황을 중국과 일본이 좌시할 리 없다. 폭풍전야 같은 상황. 이때 영화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대화 신을 집어넣는다. 처음엔 숨가쁜 흐름에서 쉬어가는 장면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신은 이 영화에서 가장 심각한 대목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대통령은 식탁에 앉아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작성된 휴전협정서 사본이다. 남한은 휴전 협정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불참했기에 여기엔 유엔군과 북한 그리고 중국의 서명만 있다.

영화 강철비2

영화 강철비2

여기서 ‘강철비 2: 정상회담’은 굳이 서류를, 특히 맨 마지막 서명 부분을 보여준다. 전쟁을 멈춘 위대한 서류지만, 그 안에 남한의 자리는 없다. 이때 한경재는 아내에게 말한다. “이번 평화 회담에도 초대는 받았지만, 우리가 사인 할 곳은 없어요.” 잠수함 액션으로 휘몰아치는 정치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사실 서글픈 이야기다. 분단의 역사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현재 우리가 왜 그토록 조심스러우면서 힘겹게 외교 전선에 나서야 하는지는 종이 한 장에 요약한다. 분단의 피해자이지만 당사자일 순 없는 처지. 그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