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의 독소, 여성불임 유발?

중앙일보

입력

담배연기의 독소가 여성의 불임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로이터스가 15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Nature Genetics"지에 실린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은 난소를 퇴화시키는 독소를 들이마시는데 이 독소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간을 단축시킨다고 과학자들이 15일 발표했다고 로이터스는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흡연과 여성의 불임이 서로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이 연구는 그 의심을 처음으로 확인시켜준 것이다.

보스턴의 매서추세츠종합병원의 조너선 틸리(Tilly)박사가 지휘하는 연구팀이 말하는 이 연구의 요지는 담배연기와 몇 가지 대기오염물질속에서 발견되는 어떤 화학물질이 난소의 난자 세포들의 파괴를 가속시킴으로써 조기폐경을 일으킬 수가 있다는 것이다.

틸리박사와 그 동료들은 PAH로 알려진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라는 물질이 암컷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6년에 걸쳐서 연구했다.

연구팀은 쥐들에게 PAH라는 독소를 주사했고 설치류의 난자세포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일련의 화학반응을 추적했다.

그 결과 독소는 자궁속의 난자세포들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receptors)에 달라붙고 그 결합은 난자를 죽게끔 프로그램하는 하나의 화학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그 독소가 쥐의 난자세포에 끼친 영향을 확인하고 나서 인간의 난소조직을 쥐의 피부밑에 심었다.

독소를 주사한지 3일이 지나기도 전에 난자들은 퇴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파괴의 과정은 점진적이어서 즉시 알아차릴 수 없다. 당신은 몇 년이 지나서야 이 화학물질이 어떤 파급효과를 미쳤는지를 알아낸다.

난소는 계속 난자를 생산하고 파괴는 잠깐 진행되고는 갑자기 심해진다"고 틸리박사는 한 번의 전화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독소는 석탄이나 숯불에 굽는 고기따위의 물질이 불완전연소할 때 생긴다. PAH는 타르와 몇 가지 약품과 염료를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PAH가 세포들을 몽땅 손상시키기 때문에 이 물질은 말없는 킬러라고 불리는 것이 정확하다. 우리는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너무 늦었을 때에야 이 킬러에 대항할 수가 있다"라고 틸리박사는 말했다.

여자아이들은 태어나면 난자가 난소에서 성숙해서 배란기에 조금씩 방출되는데, 이 난자의 수는 정해져 있다.

이 화학물질에 계속 노출되면 난자들은 일찍 죽게 되고 조기폐경이 닥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폐경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40대말부터 50대초사이의 연령대이다.

틸리박사와 여러 과학자들은 PAH와 같은 화학물질들이 난자를 파괴하지 못하게 하거나 난자의 파괴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할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한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한 방법은 자궁속에 있는 난자의 세포들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가 독소와 결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틸리박사는 이 방법이 확실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난자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쉬운 방법들을 고안해내는 것이 우리가 난소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반격이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정밀하게 간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틸리박사팀은 임신한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여자아기의 난소가 손상되고 그 여자아기가 자신의 몸속에서 생산하는 난자세포들의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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