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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날씨 당번' 임원의 픽…폭염엔 와인, 태풍 땐 이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U가 ‘날씨 당번’ 임원을 두는 이유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태풍 바비 태스크포스(TF)’ 직원들이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태풍 바비 태스크포스(TF)’ 직원들이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26일 오전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선 ‘태풍 바비 태스크포스(TF)’ 직원들이 모였다. 태풍 바비의 이동 경로가 확정된 지난 23일 꾸린 TF다. 현장지원 부서부터 상품 운영, 전산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부서까지 10여개 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태풍이 제주도에 상륙한다는 24일부터 철야 근무조를 구성해 비상근무 중이다. 영업지원부서는 강풍으로 인한 사고나 침수, 누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상품팀은 매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점포별 재고분석 및 매출 대응 분석자료를 각각 공유한다. 전국 물류센터의 긴급구호 세트 물량과 물류 차량 현황을 점검하는 것도 필수다.

장마ㆍ폭염ㆍ태풍…편의점 날씨경영   

요즘 편의점 업계에선 ‘날씨 경영’이 화두다. 역대 최장의 장마와 폭염, 강풍을 동반한 태풍까지 잇따르면서다. BGF리테일은 평소에도 임원 주간회의를 ‘날씨 당번’ 임원의 날씨 브리핑으로 시작한다. 날씨 당번 임원은 돌아가면서 일주일간 국내 기상청은 물론 해외 기상예보 사이트 정보까지 수집해 주요 지역의 기온과 풍속, 습도와 절기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북한과 일본 등 주변 국가의 태풍 소식까지 챙긴다.

편의점의 매출은 날씨와 직결된다. 편의점은 '목적구매'보다는 지나가다 들리는 '즉시구매' 성격이 강해 유동인구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CU는 2001년부터 ‘날씨정보 이용시스템’을 도입했다. 본사는 날씨정보 제공업체에서 지역별 기상 데이터를 받아 전국의 점포로 전송하고, 각 점포는 POS에서 평균 2시간 단위로 행정 단위별 기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점주들은 날씨 정보를 상품을 발주할 때 활용한다. 최근 날씨가 더워 팥빙수 아이스크림이 꾸준히 잘 팔렸더라도, 다음 주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진다면 해당 상품 발주량을 줄이는 대신 따뜻한 음료 등의 발주를 점차 늘리는 식이다. 편의점 대표 판매 품목인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도시락 등은 날씨에 특히 예민한 품목이다. 유통기한이 일반 가공식품보다 매우 짧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은 역시 ‘막걸리’?…폭우 때 인기 커졌다  

실제 올여름 장마 기간(7월 20일~8월 9일) 중부지방은 폭우가 내리고 남부지방은 폭염이 이어지는 등 날씨가 양극화 현상을 보였는데 날씨에 따라 편의점 매출 동향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기간 폭우가 쏟아졌던 중부 지방에선 역시 우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5.1% 늘었다. 그다음으로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막걸리로 36.2%의 신장률을 보였고, 즉석식(31.5%), 안주류(28.0%), 식재료(27.2%) 순으로 매출이 늘었다.

반대로 폭염이 지속했던 남부 지방에선 와인 매출이 79.0%로 가장 많이 늘었고, 건강기능식도 38.4%로 두 번째로 매출이 많이 늘었다. 아이스크림(37.7%)과 컵 얼음(35.1%), 아이스 드링크(28.8%) 등 아이스 제품도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

태풍 땐 ‘소주’ 더 찾았다…식재료가 매출 주도  

태풍 기간엔 과일이나 야채 등 식재료 수요가 많아진다. 보통 마트에서 사는 식재료를 집 근처 편의점에서 대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태풍의 피해가 집중됐던 일부 지역에선 과거 통조림이나 즉석밥, 라면 등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비상식량 매출이 늘기도 한다. 지난해 태풍 ‘링링’(9월 6~10일) 당시엔 과일ㆍ채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3% 늘었고 라면(18.9%)과 가정간편식(HMRㆍ18.4%), 소주(9.3%) 판매도 늘었다.

유상근 BGF리테일 점포시스템팀장은 “편의점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소매 채널로, 고객의 즉시구매 수요에 맞춰 상품을 운용하는 만큼 날씨 변화와 점포 매출은 긴밀한 관계에 있다”며 “단기적인 날씨 정보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른 시즌별 주요 상품 트렌드와 운영 전략을 정기적으로 점포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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